한국일보

기자의 눈/ 영화 ‘디 워’ 논란을 보며

2007-08-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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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1부 부장대우)

‘영구’ 심형래씨가 만든 영화 ‘디 워(The War)’가 한국사회를 달구고 있다. 미국에서도 개봉 예정인 이 영화는 이무기를 소재로 했으며 한국영화로서는 드물게 3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해 컴퓨터 그래픽 등에서 획기적인 차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이 영화를 두고 일부 평론가들이 혹평을 했고, 특히 한 방송 토론에서 진중권이라는 문화평론가가 독설을 퍼부은데 대해 네티즌들이 반론을 펴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진중권이라는 이름이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하고, 각 주요 언론들까지도 이 싸움판(?)에 뛰어들어 흥행을 부채
질했다.네티즌들은 500만명 이상이 본 영화를 두고 평론가들이 왈가불가하는 것이 온당치 않다며 강한 비난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비판적인 평론가 개개인에 대한 인신공격도 서슴치않고 있다.


진중권 등 평론가들은 컴퓨터 그래픽을 제외한 스토리와 배우 연기 등이 엉성하고, 애국심에 호소한 마케팅이 성공했을 뿐이라며 ‘가치할 평가도 없는 엉망진창 영화’라고 평했다. 이에대해 관객들과 네티즌들은 ‘영화를 보고 즐거웠고 영화에 대한 평가는 관객들이 내리는 것이며 한국영화의 희망을 볼 수 있어 좋았다’는 입장이라 극한 대립을 이뤘다.
이런 싸움은 서로 감정이 격해지면서 막말 시비 등으로 번지면서 영화 비평과는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논쟁속에는 충무로로 통칭되는 정통 영화인과 코미디언 출신의 영화감독간의 갈등도 있고, 애국심에 호소한 마케팅과 이에따른 전체주의적 분위기에 대한 반발 등이 섞이면서 복잡하다.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지 시시비비를 가리기는 어렵다. 다만 비평하는 사람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고, 영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이에대해 분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 평론가가 영화를 혹평했다는 이유만으로 집중 공격을 당하는 것은 정당한 사회분위기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싶다. 자기 기분이 상했다면 ‘미친 X’ 하고 치부하면 그만인데, 마치 매국노처럼 몰아가는 것은 오히려 뭔가 잘못됐어도 한참 잘못됐다는 느낌이다.

한국사회의 이같은 응집력과 애국심이 2002년 월드컵때 큰 성과를 이뤄냈지만, 황우석 사태에서 보았듯이 지나친 열정과 맹목적인 추종은 심각한 도덕적 불감증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기 때문이다.‘상대방의 의견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말처럼 소수를 핍박하는 다수의 분위기
가 전체 한국사회의 모습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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