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방이면 끝이야”

2007-08-14 (화)
크게 작게
이홍제(전 은행인)

풍비박산이 난 정부여당이 맑은 하늘에 날벼락 치듯한 남북정상회담 발표를 보고 드디어 분홍색 좌파 정치꾼들의 깜짝 쇼가 개막됐음과 아울러‘한방이면 간다’는 저들의 숨겨진 무기가 어떤 것인지도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코흘리개들 반 자치회의에서도 의제가 주어진 다음 회의나 토론이 진행되는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정상회담이라면 돈이야 누가 내든 약이든 독이든 우선 먹고 보자는 노름판 용어로 이판사판 공사판 식의 회담인데 먹는 것이 남는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회담 성사만은 인정한다 쳐도 얼마나 많이 퍼 주었고, 주기로 약속하고 애걸복걸 했기에 초강국 미국을 상대로도 끄떡 않을 만큼 교활하고 악독한 김정일이 이 회담을 수락했을까, 골난 며느리 울큰불큰 보리방아 찧는 것 같아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한쪽은 거만하게 버티고 앉았고 상대방은 무릎 꿇고서 악수하는 격인데 이게 무슨 정상회담인가. 정상회담이란 양자간 상호 방문이 외교상 관례라는데 보안관계상 서울 답방이 어려울거라는 구차한 역성은 고양이가 쥐 생각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잡혀줘야 고양이가 굶어 죽지 않을거라는 쥐의 생각일 뿐이다.

김대중, 노무현이 번갈아가면서 애면글면 코밑 진상을 못해 안달을 하는데 개망나니 김정일이 뭐가 답답해 욕먹어 가면서 불안한 서울에 오겠는가. 생사의 고빗길에서도 끈질기게 살아온 DJ나 국민들을 핫바지 취급하고 헌법을 보리개떡 정도로 인식하는 노대통령의 자존심이라면 능히 당할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 두 사람 다 김정일 앞에만 서면 왜 작아지는지 그 원인을 범인의 머리로는 헤아릴 길이 없다.

대통령 직이라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 것인지는 몰라도 요즘 어중이 떠중이 나서는 것을 보면 “모든 것은 다 깽판쳐도 남북문제 하나만 잘 하면 된다”는 노무현식 대통령 정체성에 기인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은 아무리 유력한 야당 후보라도 한방이면 추풍낙엽 만들 수 있다는 꼼수가 오만과 독선, 깽판의 견인차 노릇을 하지 않나 추측된다.

‘정상회담’, 참으로 감개무량한 용어이다. 인간사 아무리 중한 일 많아도 ‘살아있는 것’은 ‘죽기 전에’란 것과 동의어이다. 두 정상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50년 이상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을 참고 문자 그대로 죽기 전에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다뤄 더도 말고 질서정연하게 이산가족 모두 열흘이나 보름 내려올 사람 내려오고, 올라갈 사람 올라가서 원 없이 부둥켜 안고 울게 하라. 코끼리 비스켓 먹듯,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식의 사탕발림 상봉이 “죽기 전에 단 한번만이라도”를 뇌까리며 눈도 못 감은채 이승을 하직한 노인들을 생각하면 철도를 개설하고 공단을 조성하느니 하는 한가한 넋두리는 죄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달 축에도 못 끼는 엇건달이 진짜 깡패한테 가서 설설 기다 돌아와선 X폼 잡고 으시대듯 핵, 미사일 등 발등에 떨어진 불같이 다급한 문제는 뒤로 미룬채, 줄 것은 다 주고, 민족공조니 자주통일이니 잠꼬대나 한다면 백담사 절 구경 가기 전에 대선을 의식한 대국민 사기죄로 철저히 응징받아 마땅하다.

이 시각 현재, 대다수의 국민들은 허울좋은 한 울타리나 개살구, 정작 개도 안 물어갈 이념, 좌익분자들이 입에 달고 사는 설익은 평등사상으로 십년 동안 시달려 왔다. 많은 사람들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것은 각종 여론조사가 보여주지만 정치꾼들 입방아에 놀아나는 어리숙한 민초들 때문에 정치 한답시고 사기치는 정치꾼들도 먹고 사는 것을 보면 하늘의 뜻이란 생각도 들지만 옛말에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謀其政)’이란 말이 있다. 직역하면 ‘그 자리에 있지 않은 사람은 그 정사를 도모하지 말라’는 말이다.

조조, 사마의는 울고 가고 노무현, 김대중, 김정일은 웃고 있는데 이명박, 박근혜는 제비와 참새가 되어 저희의 집에 불난(연작처당:燕雀處堂) 줄도 모르고 울고, 웃고, 지지고 볶으니 한방에 K.O.란 말 정말 실감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