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륙의 주인 ‘인디언’의 한풀이

2007-08-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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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무(뉴저지 리빙스턴)

지금 사우스 다코타의 Custer에 세기의 대 역사가 진행되고 있다. 백인 대통령의 석상들에서 불과 27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그들의 꿈을 쪼고 있다. 전통 추장의 복장으로 백말을 타고 전투를 지휘하는 Native American의 전설적인 영웅 ‘Crazy Horse’의 모습이다.

얼굴의 길이가 20층 건물의 높이이고, 팔 길이는 축구장 길이 보다 길며 손가락 하나만도 시내버스 보다 길다. 석상은 한 면에만 조각하는 것이 아니고 산 전체에 조각하기 때문에 어느 위치에서나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조각상 밑에는 박물관, 병원, 대학교를 세우는 종합 프로젝트이다.


1930년대 마운트 러쉬모어(Mt. Rushmore)에 조지 워싱턴, 제퍼슨, 링컨, 루즈벨트의 흉상을 새기는 공사를 지켜보는 Native American의 심정은 참담했다. ‘마운트 러쉬모어’는 그들이 성지로 여기는 거룩한 땅이기 때문이다. 침략자, 약탈자들이 백인영웅의 석상을 Native American의 ‘성지’에 세우는 것은 또 한 번의 강간이라고 절규했다.세기의 대 역사는 Chief Henry Standing Bear에 의해 시작됐다.

“나는 돌이 되어 너희 곁으로 돌아온다” 그의 유언대로 Native American 영웅 ‘크레이지 호스’는 돌이 되어 그들의 성지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1939년 폴란드계 미국인 조각가 코자크 조르코프스키는 인디언 추장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인디언에게도 영웅이 있고 찬란한 문화가 있었다는 것을 세계에 알려달라는 부탁이었다. 조르코프스키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백인이 얼마나 잔인했고 그들의 죄악이 은폐된 것을 알게 된 1947년 Black Hills 에 옮겨 텐트를 치고 대 역사를 시작했다.

처음 10년 동안은 모두 그의 작업을 비웃고 미친 짓으로 평가했다. 1982년 조르코프스키가 죽었을 때 미완성으로 중단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부인과 10명의 아들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돌을 쪼고 있다. Native American에게 조그마한 자존심이라도 주고 싶다는 남편의 뜻을 따를 뿐이며
아들들이 끝맺지 못하면 손자들이 완성할 것이라고 말한다.
얼굴의 모습이 형태를 보이기 시작한 후 미국정부가 돕겠다고 했으나 거절했다. ‘Crazy Horse Grass Roots’클럽이 조직되고 회원은 2만명이 넘는다. 1997년 Native American 회관을 건립했다. 전문대학 과정을 설치하고 민족의 역사와 전통, 예술을 교육해 ‘내 것 찾기’를 가르치
고 있다.

Native American은 1930년대부터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주인의 권리 찾기 운동을 시작했으나 백인의 방해와 박해로 미미했으나 한 때 영화배우로서 급진적이고 과격한 민권운동을 다각적으로 펼쳐오고 있는 러셀 민즈(Russel Minz)에 의해 ‘권리 찾기 운동’이 본격화 되었다.
그는 지금 조상의 땅을 되찾기 위한 법정투쟁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유물을 정리하여 전시 관람객에게 ‘역사의 진실’을 알리고 전통공예품을 팔아 대역사 건립기금에 충당하고 있다.이 대역사에 수십만의 관람객이 매년 참관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 약 8만톤의 돌을 쪼아 1998년 6월 3일에 크레이지 호스의 얼굴이 완성됐다. 그 크기는 87피트이다.

미국은 이민으로 세워진 나라이며 너도 나도 우리 모두가 미국의 주인이다. Native American이 북아메리카에 이주한 것은 1만2,000년 전으로 추정하는 것이 정설이었으나 에모리대학 염색체 전문가인 안토니오 트로니 박사에 의해 2만9,000년으로 수정됐다. 우랄알타이 혈통(몽고리안)으
로 시베리아를 거쳐 알래스카로 이주했으며 멕시코까지 이주하는데 3만년이 걸렸다고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알래스카의 에스키모, Native American은 우리 아시안과 같은 염색체를 갖고 있으며 갓 태어난 아이의 몽고반점이 있고 언어, 의상, 생활의 특징에서 많은 공통점이 있다.이들의 작업을 지금 많은 백인, 아프리칸 아메리칸, 유럽의 양심인들이 돕고 있다. 이들은 인간이 반드시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과 힘에 의한 통치, 착취, 지배는 없어져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Native American은 북미대륙의 주인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가진 자에게 빼앗겼다. 빼앗긴 Native American만의 불행이 아니다. 불행한 인류 역사이다. “나는 돌이 되어 너희 곁으로 돌아온다” 크레이지 호스의 ‘피맺힌 한’을 풀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 돌은 쪼아지고 있다. 10년 아니면 100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우리 민족을 ‘한’을 품은 민족이라 말한다. Native American과 우리는 같은 뿌리에서 시작된 형제이다. 동포의 정성어린 정과 망치를 보내자. Native American의 ‘한풀이’를 부추기는 게 아니다. 가진 자에 의해 모든 걸 잃은 약자를 돕는 것은 우리의 양심의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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