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의 ‘동북공정’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2007-08-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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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평(커네티컷 주립대 명예교수)

일본 규슈대학 한국연구센터는 미국의 국제 한국학회(ICKS)와 공동으로 ‘동북아시아 변강역사연구 국제회의’를 지난 7월 20~21일 개최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중국 변강사 연구중심 리셩 주임 그리고 길림성 션양(심양) 동양연구중심의 손진기 주임과 그의 딸 손 홍 연구원 등 중국의 동북공정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연구과제를 발표했다. 그리고 한국의 동북아 역사재단과 몇개 대학의 젊은 학자들이 논물을 발표하고 진지한 토론을 전개했다.

나는 중국의 고대사를 전공한 사람은 아니고 중국의 대외정책과 현대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그와 같이 진지한 학술토론의 장을 마련한 주최자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과 기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서울의 언론매체에서는 지난 몇년 동안 동북공정 프로젝트에 관해 수 차에 걸쳐 보도한 바 있고 동북공정의 배경과 진행과정을 자세히 분석한 바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다만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하여 우리의 입장을 어떻게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며 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서 역사적인 영토문제로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고 동아시아에서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해 보는 것이 본 회의를 개최한 목적이다. 이번 학술회의에 참석하여 논문을 발표한 중국전문가 3명은 이미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내린 결론을 되풀이하며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것을 기정사실로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고조선과 발해도 중국의 지방정권이라고 강조했다.

이와같은 중국의 동북공정 결론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한국의 방송사에서는 연속극을 통해 고구려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라는 인식을 고조시켰다.
요동과 북만주는 우리의 것이며 우리 역사에서 유일하게 중국 왕조와 맞서 싸웠다는 것이다. 그와같은 고구려 중심사관을 폐기하고 발해사도 한국사에서 제외하고 “한국인의 뿌리는 신라이며 정통성도 신라에 있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고구려 역사도 과장됐다고 비판하는 학자도 있다는 사실을 신문기사에서 읽은 바 있다. 중국 내에도 그와 같이 한국 고대사와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라고 왜곡하는데 대하여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도 있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중국은 국무원 산하 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연구중심(변강연구센터)을 통해 우리나라 고대사를 왜곡하는 것에 대해 외교적 대응은 물론 학술적 대응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필자가 1978년 미국 교육자 방문단의 일원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1980년대에 동북지역을 수 차 방문했을 때 중국의 조선족 역사학자 중에는 중국의 고대사 왜곡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소리를 들은 바 있다.

중국의 조선족 학자들은 동북공정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 북한에서 정치적 변화가 생겼을 때 중국은 동북공정에 근거를 두고 대동강 유역까지 중국 영토라고 클레임 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연구한 바도 있다.이번 규슈대학 학술회의에서는 중국의 동북공정 책임 연구원으로부터 동북공정 프로젝트의 목적과 연구과정을 자세히 들었다. 중국은 동북공정 뿐만 아니라 북부변강사지연구, 신강사지연구, 서장사지연구, 서남시지연구, 해강사지연구 등 광범위의 연구 프로젝트를 종합한 책을 소개했다. 매우 광범위한 역사연구 프로젝트이다.

중국 동북공정의 대응책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고대사연구 학자도 참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번 규슈대학 변강역사 세미나에 북한의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조희승 박사가 참석하여 논문을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입국사증 거부로 참석하지 못한 것이 매우 유감이었다. 다음 기회에는 반드시 참석하여 남북의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 상호 협조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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