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간관계

2007-08-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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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전 MBC아나운서)

춘추시대 말기 제나라의 대부였던 사마양저(司馬穰菹)는 병사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위기를 극복한 인물이다.그는 병사들의 고통을 볼 때마다 마치 자기 일처럼 나섰다. 장군인 그에게 주어진 재물과 양식
을 모든 병사들에게 풀고, 자신의 양식마저 병약한 병사들과 나누었다. 사기충천한 병사들은 병상을 걷어차고 모두 앞 다투어 싸움터에 나가기를 바랐다. 이 소문이 퍼지자 대치하고 있던 진나라 군사들이 물러갔고 연나라 군사들도 황하를 건너 흩어졌다.

노나라 장군으로 서하의 태수가 된 오기(吳起)장군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안목으로 뛰어난 용병술을 보였다. 그는 신분이 가장 낮은 병사들과 똑같이 옷을 입고 밥을 먹었다. 잠을 잘 때도 자리를 깔지 못하게 하고 행군할 때도 말이나 수레를 타지 않고, 자기가 먹을 식량을 직
접 가지고 다니는 등 병사들과 함께 했다. 한번은 종기가 난 병사가 보이자 그 병사의 고통을 빨아주었다.그는 76번의 전쟁에서 64번 완승할 만큼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사람 좋아하기로 말하면 제나라 맹상군 전문(田文)을 능가할 사람이 드물다. 빈객과 선비를 좋아한 그의 집에는 식객 3,000명이 북적거렸다. 식객 중에는 개 짖는 소리와 닭 우는 소리를 흉내내는 무리까지 섞여 있었는데 그들이 맹상군을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구하리라는 생각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맹상군은 신분상의 귀하고 천함을 가리지 않고 자신과 똑같은 대우를 하자 심지어 죄 짓고 도망친 자까지 그의 문하로 모여들었다. 그가 손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항상 병풍 뒤에 대화를 기록하는 시사(侍史)를 두어 내용을 기록하도록 해 손님이 나가면 바로 심부름을 보내 그의 친척을 찾아가 예를 갖추고 선물을 주곤 했다.

동서고금을 통해 인간 승리를 일궈낸 인물들은 이처럼 가슴이 따뜻했다.
21세기 최고 재벌인 빌 게이츠와 세계적인 투자가 워렌 버핏의 우정을 보자. 25년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빌 게이츠 어머니 소개로 맺어진 이들의 인간관계는 20여년간 끊임없이 우의가 돈독하다. 워렌 버핏은 그의 재산 85%를 빌 게이츠 재단에 기부할 정도다.

사람 곁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인간의 따뜻한 온기 없이는 재산, 권력, 명예가 한낱 덧없고 부질없는 것이 되고 만다.악성 모짜르트는 세살 때 작곡가로서 천재성을 발휘했으나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 그는 항상
외롭고 고독했다. 적잖은 수입에도 불구하고 돈 관리를 제대로 못해 오히려 빌어쓰며 어렵게 살다 35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다이나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 역시 많은 재물에다 호화로운 집들이 많았으나 그에게는 따뜻한 가정이 없었다.

자기 계발 성공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인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성공의 85%는 인간관계에 의해서 판가름 난다고 말했다. 어느 누구도 자기 혼자의 힘으로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인류의 아버지인 아담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 백만 세대를 거치는 동안 사람의 상대는 시작에서 마지막까지 사람이다.우리들은 자기가 남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남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도움 속에 살아간다. 세상 사람들의 혜택을 받지 않고서는 한시도 지탱하기 어렵다.그러고 보면 세상 사람들의 손길은 기적의 손이요, 감사의 손처럼 여길만도 하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려면 사람들 사이에 내가 온전히 서야 한다. 내가 있음으로 그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있음으로 나의 존재가치가 드러나는 그런 생활이 더불어 사는 삶이 아니겠는가.이 지구상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마주치는 사람마다 각별한 인연이요, 소중한 만남이다. 수 십억 대 일이라는 아슬아슬한 인연에 감사하며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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