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젊은이여, 역경에 도전하라

2007-08-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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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휘(언론인)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강인한 의지, 뛰어난 상상력, 불타는 정열, 겁내지 않는 용맹심, 안이를 뿌리치는 모험심 - 이러한 상태를 청춘이라 한다 -” 미국의 사무엘 울맨의 ‘청춘’이란 이 시는 너무나 유명해서 누구나 한번쯤 들었을 것이다.

옛날 당나라 두보가 읊은 ‘인생 70 고래 희’라든지 요즈음 ‘평균수명’이란 말은 인명의 유한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신출귀몰하는 손오공도 부처님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듯이 생로병사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인생살이의 한계다.그러나 세월을 거듭하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고 고민, 의심, 불안, 공포, 실망, 이런 것이야말로 마치 긴 세월처럼 사람을 늙게 하고 정기있는 영혼을 죽게 한다는 시인의 말은 육체의 상태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가리킴이다.


요즈음 60대 노인보다 20대의 청년이 더 늙어있는 경우를 본다. 핵가족 시대의 귀한 외아들과 외딸들, 보채면 들어주고 요구하면 사주는 엄마는 요술방망이고 편리한 해결사다. 아무리 사리에 벗어나고 행실이 잘못 되어도 학교에서 점수만 따오면 그만이다. 정의감이 바래고 마음이 병들어도 탓하지 않는다.이들에게서 어찌 강인한 의지와 진취적 기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체격은 무척 자랐으나 체력은 약하고, 나이는 들었으나 정신력은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한 젊은이가 많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우리 민족에게 20세기는 국난의 역사로 점철돼 있다. 그 후 다시 한 세기를 맞이한 오늘,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는 것은 부질없는 감상이 아니다. 골이 패인 주름살은 이념의 싸움과 고난을 이겨낸 역사의 훈장이다. 굽은 허리는 허기진 뱃살을 움켜쥐고 가난을 물리친 흔적이다. 주권이 없던 나라, 착취와 학대받던 땅에서 주권을 찾고 전화의 폐허에 주춧돌을 박고 기둥을 세워 나라의 기틀을 다진 건국의 아버지들. 그들에게는 조국의 독립과 근대화의 목표가 있었고 그 실현을 위한 불굴의 의지가 있었다.

천신만고를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모진 압제에 굴하지 않는 패기와 용기가 자랑이었다. 못말리는 억센 생명력, 금수강산 곳곳에 뿌리내려 해마다 꽃향을 풍기는 들풀처럼 그렇게 풋풋하게 살아온 노인네들. 나이가 들어도 자식들 위해 허리가 휘도록 부지런을 떨었다.

나이가 젊다고 뽐내지 말 일이다. 젊음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을 짊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생명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생의 목표가 없다면 젊음이 무슨 소용인가. 희망을 잃고 자신력을 상실했다면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탐구심과 도전에의 의지가 없다면 마른 고목과 다를 게 없다.

젊은이여, 인생을 번뇌하고 현실을 고민하라. 그리고 고난과 대결하고 역경에서 모험하라. 오르지 않고 뫼만 높다 하면 백년하청(백년하청)이다. 아무리 높아도 오르면 다다르고 아무리 멀어도 달려가면 끝이 있다. 길이 없으면 뚫어야 하고 물이 막으면 배를 띄워 건너야 한다. IMF 대란이 엄청난 고통을 주었고 젊은이들의 취업이 어려워 고난이 따르고 있지만 지금의 늙은이가 살아온 세월만큼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미래는 젊은이의 것이다. 그 젊은이는 육체의 젊음과 마음의 젊음을 함께 갖는 젊은이라야 한다. 그럴 때 청춘은 향기요, 힘이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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