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성큼 다가온 한국인 무비자 시대

2007-08-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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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기대를 모았던 한국인 무비자 입국이 빠르면 내년 7월부터 실시될 수 있게 됐다. 부시대통령이 지난 3일 비자면제 프로그램 대상국 확대를 포함한 테러 방지 강화법안에 서명을 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비자면제 대상국을 종래의 비자 거부율 3% 미만에서 10% 미만으로 완화했다. 한국은 지금까지 비자 거부율 3% 미만을 충족시키지 못해 비자면제 혜택을 받지 못해 왔는데 10% 미만은 이미 충족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비자면제 대상국에 포함될 전망이다.

내년 7월부터 실시되는 이 계획에 따르면 비자면제 대상국의 국민은 미국에 무비자로 입국하여 90일까지 단기 체류를 할 수 있다. 한국이 비자면제 대상국이 되면 미국에 오기 위해 새벽부터 주한미국대사관에 줄을 서서 비자를 받던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되고 비자를 받지 못해 미국에 오지 못하는 일은 없게 된다. 한국인의 관광여행, 비즈니스 방문, 단기 어학연수 등 미국 여행이 급증하여 한인사회에는 한국인 방문객 러시를 이루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최근 몇년간 소득의 증대와 소비 성향의 확산으로 해외여행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이 선호해 온 미국은 비자가 까다로워 대부분의 해외여행이 동남아와 중국 등지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은퇴후 해외 이주를 하는 한국인들이 늘고 있지만 영주권을 받기 어려운 미국 이민은 크게 늘고 있지 않고 있다. 영어권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호주와 캐나다를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이런 상황에서 무비자 미국 입국시대가 열리면 많은 한국인들의 발걸음을 미국으로 돌리게 할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인 업계에 경제적 파급 효과도 커지게 될 것이다. 호텔, 여행사, 식당, 선물가게 등은 호황을 맞게 될 것이며 한국인들의 미국내 투자 및 사업 확장으로 한인사회의 변모도 예상된다. 이같은 기회를 잘 살리면 한동안 침체 상태를 면치 못했던 한인 경제에 새로운 활로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비자 입국이 실현되면 부작용도 만만찮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한국에서 범죄를 저질렀거나 남의 돈을 떼어먹은 사람들이 미국을 도피처로 삼아 피신할 수 있다. 또 미국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인신매매, 윤락행위 등이 늘어나 한인사회의 이미지를 더욱 실추시킬 수 있다. 무비자로 일단 입국한 사람들이 그대로 눌러 주저앉을 수도 있기 때문에 불체자를 양산할 위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비자면제 혜택이 한국이나 한인사회에 약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눈앞에 다가온 무비자 입국 시대를 슬기롭게 맞아야 한다. 한인 경제를 도약시키는 계기로 삼아 한인사회를 획기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한편으로는 이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한인사회 차원의 대책과 노력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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