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조금만 조금만 더 참아줘

2007-08-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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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사랑하는 나의 반쪽. 여보 많이 덥고 힘들지? 당신한테는 미안하다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다. 내가 먹고 있는 것도, 자고 있는 것도 이렇게 내 자신이 싫고 미울 수 없어. 당신은 너무 아파할 텐데, 너무 힘들어 할텐데...애들한테는 엄마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너무 사랑해서 그
곳의 아이들하고 좀 더 지내다 온다고 말했어. 엄마가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 도와주러 갔다고 애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몰라. 당신, 아이들 많이 보고 싶지?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

당신이 그렇게 예뻐하고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보자. 애들 생각해서라도 마음 단단히 먹고 건강하게 긍정적인 생각으로 참고 견뎌줘. 우리 곧 만날거야. 당신이 자랑스러워. 힘들고 어렵지만 조금만 조금만 더 참아줘. 미안해. 이런 말밖에 못해줘서 정말 미안해. 사랑해 여보, 정말 사랑해 여보”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피랍된 김윤영(35)씨. 그 남편인 류행식(36)씨가 한국에서 아내인 김윤영씨에게 보내는 편지(한국일보 8월2일자 B8면)다.
류행식씨는 지난 1일 아내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애끓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마련된 피랍자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읽어 내려갔다. 그는 울음을 터뜨리며 편지를 읽었다. 아내와 또, 아직까지는 살아 있는 다른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빌면서.


류행식씨와 김윤영씨 사이에는 유치원에 다니는 6살짜리 아들과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이 있다. 두 남매에게 엄마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너무 사랑해서 가난하고 힘든 그 사람들을 도와주러 가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타이르는 류행식씨의 속 마음은 얼마나 처절할까. 엄마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도와주러 가서 거기에 있는 아이들을 돌보고 있을 것을 생각하며, 엄마를 자랑스러워 하고 있을 두 남매의 모습.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그 남매를 보고 싶어 도 못 보며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엄마의 모습. 교차되는 아이들과 아내의 모습 속에서 흐느껴야 할 아빠의 모습은 그가 쓴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서 너무나도 처절한 현재의 심정을 담
아놓고 있다.

그는 말한다. “여보 많이 덥고 힘들지? 당신한테는 미안하다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다. 내가 먹고 있는 것도, 자고 있는 것도 이렇게 내 자신이 싫고 미울 수가 없다”고. 자신이 아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류행식씨. 그러나 류행식씨는 아내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류행식씨가 그의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피랍된 인질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담겨 있다. “마음 단단히 먹고 건강하게 긍정적인 생각으로 참고 견디는 것. 힘들고 어렵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참는 것. 한국에 있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곧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는 것 등등”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가 탈레반으로부터 살해 된 후 아직까지는 추가 살해의 위험은 조금 수그러든 듯하다. 세계 여론이 악화되자 탈레반도 그들 자신들의 강경태도를 조금은 낮추는지도 모른다.

미국. 미국은 지난 20여 년 동안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 어떤 테러리스트들하고도 협상하지 않겠다는. 한국과 미국은 동맹관계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요구했을 때 한국은 들어주었다. 한국 정부는 정부대로 피랍자의 무사귀환과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다행한 것은 ‘인질과 포로 맞교환은 없다’라고 하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정책과 미국의 협상 거부 정책을 옆에 두고 한국 정부 스스로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가지는 것이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한국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한국군을 조기 철수한다는 방침도 세워놓은 것 같다.

어찌 됐던, 살아있는 나머지 인질들은 모두 무사귀환 되어야 한다. 무고한 인명이 더 이상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뉴욕교협과 뉴욕목사회는 공동으로 3일 오전 퀸즈의 모 한인교회에 모여 특별기도회를 가지며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또 이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뉴욕한인들을 중심으로 오는 6일(월) 오후1시 유엔(UN) 본부 앞에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인질사태 해결에 나서주기를 바라는 시위가 열린다.

시위에는 한인 외에도 중국계, 아시아계, 무슬림, 유태인 등도 참가할 예정이다. 이날 한인들이 많이 참가해 한 목소리를 냄으로 미국과 유엔이 적극 개입해 인질들의 무사귀환이 하루 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라야 하겠다. “마음 단단히 먹고 조금만 조금만 더 참아줘” 류행식씨의 아내에게 보내는 절규가 하늘을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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