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약 광고 유감

2007-08-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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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웅(공학박사)

언젠가 한인상점에서 내가 TV에서 보았던 ‘무엇을 좋게 한다’는 약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별로 크지도 않은 박스에 들어있는 그 약의 가격이 수 백 달러여서 깜짝 놀랐다.한동안 전문인 여러 명이 ‘어디 어디에 좋다’는 약 광고를 한 적이 있었다. 약값도 비쌌다. 그런 광고가 법에 저촉되고 아니고는 차치하고라도 내가 보기엔 민망스러웠다.

이곳 한국신문에 전면광고를 하면서 단시간 내에 살이 빠진다는 광고를 하길래 전화로 그 제품의 가격을 알아봤더니 100달러가 넘었다. 내가 보기엔 일종의 식품이었고 10달러라도 싸지 않은 가격인데도.미국에 사는 한인들을 상대로 하는 광고 중에 약 광고와 물 광고가 제일 많지 않나 생각된다. 광고에 나오는 약들은 거의 모두가 비처방 약이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식품 보조제이다. 문자 그대로 우리 몸에 필요하지만 식품으로는 섭취하기가 쉽지 않은 영양소를 따로 섭취하는 것들이다.


미국 연방정부 기관인 식품의약국(FDA)은 이런 식품 보조제(Food Supplement)에 대해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먹는 식품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식품 보조제들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고, 예방한다’는 선전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키지 않는
한 아무런 사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 따라서 모든 미국내에서 판매되는 식품 보조제들은 “이 제품은 FDA의 평가를 받지 않았으며(註-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거나 예방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제품의 광고시에 꼭 명시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나는 한번도 한인 상대 식품 보조제들이 이런 문구를 광고한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랬다가는 아무도 사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인지 모른다. 일종의 사기 행위이다.FDA가 식품 보조제에 대해 허가도 하지 않고 감독도 느슨한 것을 악용, 무슨 ‘FDA 허가 제품’ ‘FDA 안전성 입증’ 등의 말도 안되는 광고로 소비자를 속이는 것은 범죄 행위이다. 만약 허가 제품이나 안정성이 입증되었다면 무엇이 허가되고 어떤 안전성이 입증되었는지 공표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소비자도 뭐가 뭔지 알고 사 먹을게 아닌가. 내가 혹시 잘못 알고 있는 것인가?

이런 저런 이유로 미국의 대중매체를 접할 기회가 없는 대부분의 한인들은 한인 매체를 통해 식품 보조제를 구입할 것이다. 선전하는 제품들이 그리도 좋은 것이라면 왜 손바닥만도 못한 한인들을 상대로 물건을 팔까. 나는 오랫동안 주류 매체에서 한번도 한인매체에서 선전하는 제품들의 광고를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한인 상대 제품들은 외국회사가 만든 것들일터인데 주야장천 해대는 그 선전비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내가 기가 막혀 실제 조사한 바로는 외국회사가 파는 소비자 가격의 몇 배 이상의 가격이 한인 소비자 가격이다. 또 한인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외국회사 제품들은 그 제품의 주류 소비자 시장에서는 별 볼일 없는 제품들이란 게 나의 결론이다.

주류시장에서 잘 팔린다면 굳이 시장도 작은 한인을 상대할 까닭이 없다. 한인 상대의 식품 보조제 광고를 보고 있으면 누구나 저 약(약도 아니지만)만 먹으면 지긋지긋하게 괴롭혔던 고혈압-당뇨-관절염 심지어는 암까지도 나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만치 교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 문구를 쓰기 때문이다.그런 광고가 사실이라면 노벨상을 받아도 몇 개나 받아야 하는 제품일 것이다.

그보다 더한 문제는 있는 말, 없는 말 다 해가며 이 세상 병이란 병은 다 낫게 해줄 것처럼 선전하는 말만 믿고 있는 돈, 없는 돈 써서 복용했다가 결정적인 치료 시기를 놓쳐 생명을 잃거나 잃을 위험에 빠진다면 누가 그 책임을 질 것인가.
이런 선전을 믿고 식품 보조제를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로한 우리의 부모님들이다. 영어도 모르고 돈도 없으며 아프지는 않더라도 언제 중병이 걸릴지도 모르는 공포를 안고 살아가는 한인들을 상대로 사실이 아닌 것을 침소봉대해서 돈을 번다면 그것도 건강을 담보로, 천인공노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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