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아프간 군사작전 카드 가능한가

2007-08-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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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아프간 인질사태가 해결점을 맞지 못하고 장기화 될 전망이 나오면서 군사작전 구출설이 설왕설래하고 있다. 일반적인 인질범죄를 스왓 팀이 제압하여 인질을 구출해 내는 것과 같은 해결 방법이다. 이스라엘 특공대가 멀리 우간다까지 잠행하여 엔테베 공항에서 비행기 납치 인질을 구출한 것이 이런 해법이다. 크던 작던 인질 사건을 해결하는 최후의 수단이 힘으로 인질범을 제압하는 이 방법인 것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힘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평화적인 협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탈레반 무장세력이 인질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고 인질을 구해내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들의 요구조건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인 것이 문제이다. 탈레반 죄수가 한국정부의 손에 있는 것이 아니며 이번 일로 그들을 석방해 준다면 앞으로 유사 사건이 빈발하여 세계는 테러 앞에 꼼짝 못하게 잡히고 말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카드인 군사작전이 거론되고 있다.


이미 아프간 특수부대가 군사작전을 준비 중이라는 설이 있고 탈레반 측은 군사구출작전이 개시되면 인질들을 모두 살해하겠다고 위협도 하고 있다. 그러니 군사작전도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군사작전은 사전 정보가 충분하고 작전이 용이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은밀하게 수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형을 파악하기도 어렵고 접근이 쉽지 않은 아프간 산악지대에서 구출작전을 해야 하며 그것도 떠들썩하게 작전을 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인질을 구출하는 작전이 아니라 인질을 죽이는 작전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가만히 있을 수만도 없는 것이다. 지금 한국이 가지고 있는 협상카드는 아무 것도 없다. 거래에서 내놓을 조건이 없는데 협상을 할 수 있을까. 협상이 될 수가 없다. 탈레반이 요구하는 수감자 석방을 미국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얻어 내든지 아니면 탈레반이 요구조건을 변경하든지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이 다른 카드를 꺼내야 한다. 실제로 구출작전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군사적 압박은 가할 수 있을 것이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직후 미국인들은 테러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요구했다. 미국은 한달 후인 10월 7일 테러 주범인 오사마 빈라덴을 비호하고 있던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여 두 달만에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켰다. 이 전쟁에서 빈라덴과 알카에다 테러 조직을 뿌리뽑지는 못했지만 테러를 자행한 조직과 그 조직을 비호한 세력을 응징했다는 점에서 미국인들의 속을 후련케 했다.

만약 지금 아프간 인질사태가 해결되지 않아 인질로 잡혀있는 한국인들이 모두 죽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이 그대로 당하고 말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탈레반을 응징해야 할 것인가. 한국은 막대한 예산을 국방비로 쓰고 있는 세계적인 국방 대국이다. 국방은 국민의 생명과 국토를 지키는 일인데 무고한 한국인이 아프간의 게릴라에게 붙잡혀 억울하게 죽었는데도 이를 수수방관한다면 한국 군대는 해체해 버리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사태가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마땅히 응징하고 보복해야 한다. 탈레반을 아프간군이나 미군에 맡길 것이 아니라 한국군이 9.11 이후 미군처럼 탈레반을 쑥대밭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군사적 카드는 반드시 한국인 인질이 살해된 후에 취해지는 사후조치만은 아니다. 탈레반이 만일 한국의 이와 같은 결의를 알게 된다면 결코 인질을 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이 들어주지 못하는 협상조건을 고집하지만은 않고 차선책으로 타협 가능한 조건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협상카드로 다른 것은 이만한 것이 없다.그러므로 군사적 압력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탈레반과 대화로 인질을 구출하는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협상이 실패하여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국은 군사력을 동원하여 탈레반의 씨를 말려버릴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

이제 한국은 협상도 할 수 있고 군사력도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지도자의 강력한 결단 여부가 문제이다. 아프간 인질사태는 우리에게 너무나 큰 불행이지만 이것은 또 한국의 협상력과 군사력과 국민들의 결연한 의지를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 사건이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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