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의 대운하와 한국의 경부 운하

2007-07-3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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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

며칠전 뉴욕타임즈는 중국이 2400년 전에 건설했던 베이징에서 상하이 항조우에 이르는 대운하를 복원하기로 했다고 큰 뉴스로 보도했다.지금 한국에서는 경부운하 건설의 찬반으로 온 국민의 관심이 되고 있는 때라 중국의 이 대운하 복원 사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중국의 이 대운하는 그 옛날에 치수에 전념한 우 임금이 BC496년에 건설을 시작했고 최근에 와서는 몽골제국의 쿠빌라이 칸이 수도를 베이징으로 옮기고 그 운하를 대대적으로 보완해서 완공한 것으로 그 길이만 자그마치 1,115마일이나 되는 세계 최장의 대운하이다.

이 운하는 남부에서 생산되는 쌀, 밀 등의 농산물을 남북으로 운송하고 동서로는 양자강과 황하를 연결하여 궁궐이나 기타 건설사업에 사용되는 목재를 운반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등 중국역사상 운송 혁명을 제공한 건설이었다.그러나 19세기에 들어서면서 국력이 쇠약해진 청나라가 운하의 보전을 게을리한 탓으로 여러 곳에서 수로가 막히고 공장 폐수 등이 흘러들면서 운하는 오염된데다 19세기 말 황하의 대홍수 이후로는 10여년 간이나 막힌 수로를 폐기하여 운송수단이 다시 해양이나 철로로 바뀌게 되었
고 이 대운하는 많은 곳에서 수로가 썩어가면서 환경오염의 대 원천이 되었고 베이징에서 산동성에 이르는 수로의 3분의 1은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항조우시 정부가 2억5,000만달러라는 대예산으로 수로를 재건하기 시작하여 오염이 제거되면서 수로 주변은 고급 콘도미니엄 별장이 들어서는 호화 경관 지역으로 바뀌었으며 산동성을 비롯한 주변 몇몇 지방성(省) 정부는 운하를 재개발하여 수년 안에 베이징-상하이간에 철로가 운송하던 물량의 3배의 화물을 운송할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고 계획이 완성되면 중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혁명적 대공정이 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국은 이미 이 대운하를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도록 로비를 벌이고 있다. 이 재개발에 소요되는 예산은 자그마치 25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금 경부운하 건설계획에 관하여 뜨거운 찬반 토론을 벌이고 있는 때인 만큼 우리는 중국이 이런 큰 예산을 들여서 대운하를 재개발하려는 야심찬 계획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지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공약이기 때문에 경부운하에 관한 찬반 토론의 그 어느쪽도 타당성을 신빙할 수 없다. 더구나 이명박 후보의 정치적 라이벌 관계에 있는 쪽에서 내놓은 반대의견은 그것이 객관적인 과학적 근거에 의한 것이기 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전재로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어느 쪽의 분석에도 확신을 가지고 귀 기울일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있었던 비슷한 역사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1960년도에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 고속도로 건설을 계획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의 한국의 경제수준은 고속도로가 왜 필요한지 알 수 없는 한심한 수준에 있었을 때이기도 했지만 경제 발전의 예견에는 전혀 감도 잡지 못하고 있던 당시의 야당 정치인들, 특히 당시 지도급에 있었던 우리의 전직 김영삼, 김대중 두 대통령을 비롯한 야당 정치인들은 이 박정희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 건설계획을 정부 예산의 낭비라며 무지막지하게 반대하고 나섰던 기억이 있다.지금에 와서 당시 그나마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한국의 육로 운송 사정이 어떤 꼴이 되었을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아가서 이명박씨가 공약하는 경부운하가 후일 지금 중국의 대운하가 계획하는 것처럼 혁명적 국가 경제기반이 될지, 아니면 그 반대편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국토의 파괴와 예산의 낭비가 될지 냉철한 분석과 연구가 필요한 때이고 아무쪼록 대통령 선거를 앞둔 마당에 정치적 고려에서 이런 중대한 계획이 좌지우지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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