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 아프간 피랍자 석방 서둘러야

2007-07-3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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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무장단체에 한국인 선교단이 피랍된지 13일째인 31일 현재까지 피랍자의 석방이 이루어지지 않아 가족들은 물론 모든 한인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탈레반은 피랍자 1명을 살해한 후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30일 또 1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계속 추가 살해를 위협하고 있다. 아프간에 수감중인 탈레반 죄수와 피랍자를 맞교환하자는 것이 요구조건이다. 피랍자들은 물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을 공포와 불안속에 몰아 넣고 있다.

탈레반 무장세력은 그간 요구조건을 관철하기 위한 시한을 여러 차례 연장하였고 한국과 아프간 정부는 피랍자 구출을 위한 접촉을 가졌다. 29일 개최된 한국의 대통령 특사와 아프간 대통령간 회담에서 아프간 대통령이 한국인 인질의 석방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하여 아프간 정부가 납치세력의 요구조건을 수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프간이 수감자 맞교환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도 있어 낙관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탈레반이 또 피랍자를 살해한 것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인명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탈레반의 만행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며 신속한 인질 협상에 나서지 못한 정부의 대처도 마땅히 규탄받아야 할 것이다.납치세력의 요구대로 탈레반 수감자와 한국인 피랍자를 맞교환하는 문제는 미국의 묵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테러리스트와의 협상을 반대하고 있으므로 이 원칙을 고수한다면 한국인 인질 석방은 실현될 수 없고 결국 인질은 모두 죽고 말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사태를 해결하자면 미국은 이 문제에서 빠져야 한다. 한국과 아프간이 인질구출 문제를 직접 거래할 때 미국은 어떤 명분을 내세워서라도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이제부터 인질석방 협상은 서둘러야 한다. 납치세력의 손에 인질을 계속 맡겨두어서는 안된다. 그들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 또 인질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 또 아직 살아있는 피랍자들도 2주 가까이 열악한 환경과 공포 속에서 건강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므로 석방조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더 이상 피랍자들의 희생은 막아야 한다. 우리는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면서 이를 위한 한국, 아프간, 미국정부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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