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사람의 사람 사냥들

2007-07-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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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할 말이 없다. 아프가니스탄의 한국인 인질들. 이미 한명은 이 세상을 떠났다. 배형규 목사. 30이 넘어 신학을 공부하여 목사가 돼 하나님의 뜻을 세상에 전하려 했던 그. 42세의 나이에 안타깝게 목숨을 빼앗겨 버렸다. 누가 그를 죽였는가. 무슬림인가. 이슬람인
가. 아니다.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인 그를 죽였다.

가인이 동생인 아벨을 죽인 후 세상엔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이란 것이 들어왔다고 성경은 말한다. 왜 사람이 사람을 죽여야만 하는가. 또 왜 사람은 사람에게 죽임을 당해야만 하는가. 가인 이후의 사람의 사람 사냥은 지금도 계속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사람이 살아 이 지구에
존재하는 한, 사람 사냥은 끊이질 앓을 것 같다. 살생은 금기다. 이 말은 불교의 계율 중 하나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 말고도
그 어떤 생명도 죽이는 것을 금하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살인하지 말라고 십계명에 돼 있다. 살인은 곧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말한다. 다른 동물, 즉 사람을 위해 제사로 바쳐지는 화목제물의 양이 제물로 희생될 수 있다. 또 사람이 먹는 음식으로 다른 동물들은 죽음을 면할 수 없다. 그러니 기독교에선 살생 전체는 금기가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만 금지 돼 있다. 돼지나 소 같은 동물들, 혹은 닭 같은 동물들은 모두 사람의 음식으로 그 생명이 죽임을 당하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바다에 사는 어류들과 날아다니는 조류들까지 모두가 다 사람을 위한 음식용 희생물이 될 수 있다. 이렇듯 불교에서 살생을 금했다 하더라도 먹이구조의 사슬에서 볼 때, 사람은 이 지구상 모든
존재의 으뜸이 되어 모든 것을 잡아 사람을 위해 희생시키고 있다. 모두, 즉 모든 어류와 동물과 조류들과 식물들이 다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무엇들이 돼 있다. 그런 세상 으뜸인 사람이 무엇이 부족하여 사람 사냥을 자초 한단 말인가.탈레반. 그들도 사람이다. 사람이지만 사람을 사냥하여 미끼로 삼고 있다.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그들의 입지가 인정되는 한편 그들에게 있는 기와와 가난이 해결되지 않는 한 계속해 인질은 잡힐 것이며 무고한 생명들이 죽어갈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럼 그들의 입지와 기아와 가난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단 말인가.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의해서도 적으로 취급당하는 무장 반군 테러리스트들이다. 테러리스트들이 무슨 짓을 못하겠나. 한 마디로 테러리스트들은 사람 아닌 사람들이다. 사람의 탈을 쓰고 사람 시늉은 해도 그들 안에는 늑대와 이리들보다 더 흉한 그 무엇과 분노로 가득 차 있
다. 이런 무리들에게 인질로 잡혀 생사를 오가고 있는 한국 사람들.
협상은 계속되고 있으나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이미 잡혀 있는 탈레반 포로 죄수들과의 맞교환뿐이라 한다. 그래도 협상은 계속돼야 한다. 아무리 사람 같지 않은 그들이라 해도, 그들을 어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속히 협상이 해결되어 모두 풀려나야만 한다. 여기엔 정치가 개입돼 있다. 한국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탈리아 기자 인질이 탈레반에 의해 풀려날 때 탈레반 죄수들과 맞바꿈이 있었다. 그 후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세계 여론에 밀려 곤혹을 당해오고 있다 한다. 이번에도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탈레반들이 요구하는 탈레반 죄수들과의 맞교환은 더 이상 있을 수 없음을 카드로 내 놓고 있
다. 그렇다면, 한국 인질들은 다 죽어야만 하는가. 그럴 수만은 없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카드를 바꾸어야 한다. 탈레반 죄수들과의 맞교환을 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아무 죄도 없는,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러 갔던 한국 인질들을 풀려날 수 있도록 해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또 탈레반들은 우군과 힘을 합해 다시 잡아들이면 된다. 세계 여론이 어떻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그대로 인질들을 사람 사냥하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사람이 생겨난 후 모든 종교도 태어났다. 기독교, 불교, 이슬람 등등. 종교는 사람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종교 자체는 모두 사람을 위해 있다. 그러니 종교로 인해 사람이 위해를 받게 될 때 그 종교는 종교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탈레반들을 이슬람 종교의 과격분자라고
하는 것은 틀린 말이다. 이미 그들은 종교의 바탕이 되는 사람이기를 포기한 테러리스트들에 불과할 뿐이다. 가인 이래로 벌어지고 있는 사람의 사람 사냥들. 언제까지 갈 것인가. 언제나 이 세상이 테러가, 폭력이 없는 천국으로 변할 것인가. 사람의 잔인함을 하늘이 못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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