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잘못된 UN의 궁중요리

2007-07-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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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천수(뉴욕한인 커뮤니티센터 이사)

UN 본부 식당에서 최근 펼쳐진 한국음식전을 3회나 못 가서 웬지 송구함을 느끼다가 이번 4회 째에는 궁중음식 향연이라 대내외에 엄청 선전을 하여 생전 처음 먹어보는 궁중요리도 즐기고 송구함도 말끔히 털어버릴 심산으로 대장금의 장면들을 연상하며 2세인 아들, 딸을 대동하고 장황하게 한국음식 찬양을 외치며 25일 UN으로 향했다.

부페가 한 줄 있기에 식욕을 돋구는 전채(Appetizer)인 줄 느꼈는데 그것이 전부였고 후식은 일반 한식 다과점의 10분의 1도 아니되는 완전 퓨전식이었다.이날 따라 아는 친지를 많이 만났는데 미리 온 친지에게 음식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하나같이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나는 한 가지도 빼놓지 않고 조금씩 접시에 담아가는 동안 눈을 씻고 보아도 궁중음식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맛만은 특별하리라고 여기고 차근차근 음미했다.


필자는 근 반세기를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음식만 차려먹는 반골이어서 맛도 제법 가릴 줄도 알고 만들기도 즐기곤 한다.어쩌다 고국방문 때에도 일류 한국음식점에 가서 한정식을 즐기는데 그 맛은 글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입에 군침이 돌고는 했다.이번 음식 잔치는 문공부를 비롯하여 국위선양, 한국 궁전음식의 극찬론을 외치며 화려한 영문 선전문도 대단했다. 그냥 한국음식 잔치라고 선전했어도 수준 미달 정도였는데 어찌 문공부가
국가를 볼모삼아 그리도 엄청난 오류를 범했는지 물어보고 싶고 따져보고도 싶다.

필자만 그리 느꼈는지 조심스러워 친지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마다 가서 다시 물어보았더니 “옛날에는 음식 재료가 부족해서...”하는 비아냥의 답이었다. 한 사람은 비싼 주차비가 아깝다고 했다.내년에도 이런 오류를 범한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돈을 두배 받아도 세계인이 대장금을 보고(먹어보지도 못하고) 환성을 터뜨렸듯 그런 잔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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