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검증과 폭로

2007-07-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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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석(뉴욕그리스도의 교회 목사)

성경 속에서 나타난 검증사건 중 하나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힌 여자를 예수는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말한 후 그 여인을 죄인으로 여기지 않고 용서한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죄인으로 남게 되었다.이것은 드러난 죄와 숨겨진 죄의 차이 때문이다. 이 여자는 자기의 죄가 다 공개되고 드러났기 때문에 너무도 창피해 죽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죄가 다 드러났기 때문에 그 이후부터는 용서되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죄는 일단 공개되고 실체가 드러나면 그 때부터는 힘과 영향력이 현격히 줄어든다. 그런데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그들 안에 있는 불신앙과 더러운 음란과 온갖 탐욕이 가려진 채로 그대로 남아 있었다.이와 같이 드러나지 않고 숨겨진 죄는 계속 눈덩이처럼 커지게 되고, 어느 때가 되면 그 죄가 밖으로 드러날 때는 오는데 그 때에는 회복될 가망이 전혀 없게된다.
요사이 자주 듣는 말이 ‘검증’이다. 학위가 들통이 나고, 숨겨진 과거들이 검증을 통하여 하나씩 폭로되어 간다. 검증은 ‘진위를 확인하는 것’이다. 왜 이 과정이 필요한가? 거짓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약점을 감추려고 매수하고, 위선을 부리고,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검증한다는 사람들 조차 진위 확인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이고 일방적으로 폭로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다. 천사처럼 보이는 어린 아이도 거짓말을 한다. 발달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아이들은 보통 세 살 때부터 거짓말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거짓말은 대부분 현실과 허구의 세계를 혼돈하거나 벌을 피하기 위한 ‘의도하지 않은, 방어적 거짓말’이다. 그러나 어른들의 거짓말은 대부분 이득을 취하기 위한 의도된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을 못하면 융통성이 없고 거짓말을 하는 편이 원만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언젠가 진실은 밝혀진다. 언젠가 드러날 때 과거의 흔적이 부끄러운 것이 되고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파멸시키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나님은 모든 행위와 모든 은밀한 일을 선 악 간에 심판 하시리라(전도서 12:14)”라고 말씀하신다.
성경을 읽으면서 가끔 “이런 얘기는 차라리 기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을 접한다.

야곱이 눈이 어두운 아버지 이삭을 속이는 일, 유다가 길거리 처녀와 간음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자기 며느리였고, 결국 잉태하게 한 일, 소돔에서 살아난 두 딸이 아버지에게 술을 먹이고 관계를 갖는 일 등을 보면서 “왜 성경에 이런 얘기를 넣었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감추어도 되고, 빼어도 되는데 왜 넣었을까? 성경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가?그러나 성경 속에서 나타난 폭로는 요즘 정치인들의 폭로와 그 근본이 다르다. 성경은 업적과 성공만을 다룬 영웅 전기가 아니다. 성경은 아무리 존경할 만한 믿음의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의 약점이나 치명적인 실수를 거리낌 없이 폭로한다. 이 사실만 가지고도 성경의 위대성과 정직성을 느끼게 된다.

우리들의 삶 속에서 아무리 치명적인 실수를 해도 정직하면 용서를 받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성경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진리이다. 실수가 없는 것을 권위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진짜 권위는 정직에서 나온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솔직하게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면 용납되기도 한다. 반복되어지지 아니한 말이다. 또한 검증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드러나지 아니한 자신의 실수를 보면서 누군가 솔직하게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면 치명적인 약점이라도 그 약점을 덮어줄 줄 알아야 한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태복음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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