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폭발물

2007-07-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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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석(정신과전문의/한미문화연구원장)

2001년 9.11 사태 이후에 세상 사람들은 테러에 의한 살인폭발에 신경 과민이 되어 있다. 작년 영국 런던에서 있었던 자살폭탄 테러사건, 비행장에서의 자동차 폭발사건과 폭탄장치 된 자동차들의 발견 등이 좋은 예이다.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미국이 무력으로 점령하고 있는 중동의 아프간과 이라크이다. 매일 수 명 내지 수 백명의 시민과 병사들이 테러에 의한 폭탄 공격으로 희생되고 가옥들이 파괴되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 폭발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고 생존한 많은 사람들과 병사들이 외상후 스트레스증(PTSD)이라고 하는 불안 신경증세를 앓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나 비행기를 타려면 검색도 심하고 불안하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 가장 많이 있는데도 망각하고 신경을 쓰지 않는 무서운 폭발물이 있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그 속에는 노여움, 분함, 불만, 원망, 원한, 보복심 등의 폭발물들이 잔뜩 쌓여 있다. 이것들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폭발할지 예측할 수 없다.다른 폭발물과 달라서 폭발하는 모습이 여러가지다. 가장 흔하고 양성적인 것은 소리를 지르거나 자기 가슴을 치면서 통곡하는 것이다. 심해지면 욕을 퍼붓는다던가 살림을 때려부술 수도 있고 옆에 있는 강아지를 찰 수도 있고 딴 사람을 때릴 수도 있다. 심하면 살인을 할 수도 있고 자살을 할 수도 있다.


세상도 복잡하지만 이기적이거나 자기만 옳고 잘났다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이런 폭발적인 마음의 요소들이 쌓이지 않을 수 없다.직장, 비즈니스, 학교, 세든 집에서 등 갈등은 늘 생기게 마련이다. 가정에서도 부부, 부모 자식간에 마찰은 피할 수 없다. 이것이 현실적인 원인에서 올 수도 있고 버지니아대학 총격사건과 같이 비현실적인 망상에서 올 수도 있다.
명심할 것은 마음 속에 있는 폭발물이 터지는 것이 가장 무섭고 파괴적이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테러들의 모든 폭발, 파괴, 대량 학살, 그리고 정신병자들의 살인 파괴행위는 이들 마음 속에 있는 폭발물들이 폭발, 외부로 나타난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폭발물들을 외부로 폭발시키지는 않는다. 때문에 지구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이 폭발물들은 마음 속에 그대로 둘 수는 없고 어떻게든 처리되어야 한다. 겉으로 폭발하지 않은 마음 속의 폭발물들은 어떻게 되는가? 어떤 사람들은 이것들을 꾹꾹 눌러서 무의식의 심층에 매장해 버린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없어져 버리는 것은 아니고 자기도 모르게 신체 기능에 장애를 준다. 즉 만성 두통, 만성 위장병, 만성 관절염, 고혈압 등 정신적오르는 우울증을 일으킨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이것들을 내부에서 폭발시킨다. 뇌졸증, 심장마비, 천식발작 등을 일으키며 정신적으로는 불안발작을 일으킨다.

이 폭발현상은 자기 자신이 일으키기도 하지만 남에 의해서 일어나기도 한다. 사람들이 모두 이러한 폭발물들을 안에 지니고 다닌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이것들을 폭발시키지 않도록 서로 조심해야 한다. 잘못 그 뇌관을 건드리거나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

이 마음 속의 폭발물들은 폭발하기 전에 처리해 버려야 한다. 가장 좋은 처리 방법은 건설적,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런 폭발물이 마음 속에 쌓이도록 원인을 제공한 사람과 진지하게 대화를 해서 풀어버리는 것이 가장 좋다. 아니면 이런 감정을 승화시켜 글이나 소설을 쓰
거나 시를 짓거나 춤을 신나게 추거나 음악을 통해서 표현, 발산할 수도 있다. 또 참선을 해서 완전히 씻어버릴 수도 있다.

도저히 힘들면 정신과 전문의에게 가서 정신분석 치료를 받고 처리할 수 밖에 없다.또 하나, 다행스러운 것은 사람 마음 속에는 이런 부정적인 것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비심, 사랑, 이타심, 의뢰, 동정심, 의협심, 윤리도덕심 등 아름다운 것들도 많이 공존하고 있다. 이런 것들로 폭발적인 요소들을 중화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다 평화스럽고 긍정적으로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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