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여유’와 ‘여백’

2007-07-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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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재충전을 위해서 휴식이 필요한 것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휴식의 의미는 삶의 한 부분이고 필수적이다.
모든 어려운 말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서 충분히 쉬지 않으면 안 된다.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들도 밤에는 활동을 쉬는 것이고 사계절이 순환하는 것도 겨울철에는 충분히 쉬기 위해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못 오해하는 사람들은 휴식에 대한 개념을 긍정적으로 보기 보다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생각이 또 다르지만 특히 개발도상국의 구호아래 산 사람들은 자칫 휴식이 직무유기, 또는 업무 태만, 혹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으로 잘
못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은 곳을 찾아 휴식을 취하거나 휴가를 충분히 보내는 것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여름 휴가철인데 아무리 업무가 바쁘지만 특별히 휴가계획을 세워서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충분
히 보내도록 해야 하겠다. 멀리 가지는 못해도 차 한 대만 있으면 가족들과 함께 근교에 나가서도 크게 비용 들이지 않고 얼마든지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미국인들의 장거리 여행이나 휴가가 가능해진 것은 70년대 말 부터이다.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로 알려진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70년대 말에 ‘에어버스(Air Bus)’ 정책이 수립됐다. 그 이전에는 비행기 요금이 훨씬 비싸서 아무나 쉽게 이용할 수 없었다. 그런데 에어버스 정책은 비행기 요금을 대중화해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빈 비행기로 다니는 것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그 이후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었고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로 휴가를 싼 가격에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학생이나 직장인 같은 사람들이 멀리 휴가를 떠나는 게 일상화 되었지만 그렇다고 뉴욕근교에 좋은 휴가 장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롱아일랜드 존스 비치만 해도 한꺼번에 뉴욕인구의 절반인 5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수영장이다. 브루클린 남단에 있는 코니아일랜드 수영장은 지금부터 100년 전만 해도 유럽 사람들이 선망하는 가장 유명한 해수욕장 중의 하나이다.가까이 뉴저지 바닷가만 해도 좋은 해수욕장이 즐비하다. 그리고 부대시설도 잘 돼 있고 캠핑족을 위한 공공시설도 곳곳에 아주 잘돼 있다. 물론 안전과 경비는 염려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뉴욕에서 1시간 반쯤 떨어진 포코노 지역만 해도 에어버스 정책 이전에는 뉴요커들이 가장 즐기는 여름 휴양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가족들과 휴가시간을 내지 못하는 것이 꼭 돈이 없어서 휴가를 못 보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므로 누구든 가장 열심히, 부지런히 일한다고 인정받는 우리 한국인들은, 특히 한국인 가장들은 이제는 좀 마음의 여유를 갖고 휴가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찍이 중국의 철학자 노자는 ‘무위자연설(無爲自然說)’을 주장, 인위적이고 조직적이 되어 이미 피곤해진 사회를 떠나 자연으로 돌아갈 것을 설파한 바가 있다. 이러한 이론들은 현대에 더욱 절실히 필요하게 느껴진다. 노자사상의 주제 중 핵심중의 하나는 ‘여유’와 ‘여백’을 갖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동양화의 경우에도 중요한 것은 그림보다도 여백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발성을 위해서 쉼표를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또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문장이 다 그렇지만 정확하고 적절한 띄어쓰기와 문단나누기가 중요한 것이다. 이처럼 여유와 여백은 중요하다. 바쁘게 사는 우리 현대인도 충분히 휴식하고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말하기를 “벽에 창문이 없으면 방이 아니다”라고 했다. 아직 여름휴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이제라도 꼭 휴가계획을 세워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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