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광부의 카나리아

2007-07-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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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재옥(의사)

옛날에는 광부들이 금을 캐기 위하여 땅굴속 깊이 들어갈 때는 항상 조그마한 카나리아 새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카나리아는 희박한 산소에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산소가 부족하게 되면 날개를 펄떡거리며 이상한 소리를 내다가 죽고 만다.

또 산소탱크를 등에 업고 바다 깊숙이 헤엄치는 다이버들이 산소가 모자라게 되면 물속에서 하얀 이를 드러내 보이고 웃으면서 더 아래로 빠져 들어간다. 자기가 소리없이 죽어가고 있는 것을 모른다. 대낮에도 공업단지의 하늘은 시커멓고 햇볕 조차 보기 힘들다. 종달새도 없고 많은 아이들은 호흡기 질환으로 죽어간다.6.25사변 전날 남한의 고위 장교들은 밤새도록 기생파티에 취해 있었다. 바벨론 왕은 대향연을 풀고 예수살렘 성전에서 훔쳐온 금은기명으로 술을 마시고 몽롱한 상태에 취해있을 때 페르시아 군대의 침략을 받고 목숨을 잃었다. 단 한번의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 에이즈병에 걸려 죽어가는 젊은이들도 많이 보았다. 위험신호를 수없이 보냈는데도 왜 무시했을까.


나무 밑에 앉아서 자기가 예수라는 사람, 자기는 계속 안테나를 통해 신의 계시를 받고 있다는 신학박사, 정상인도 가끔 실수로 길을 잘못 들어설 수 있지만 틀린 것을 알고 금방 되돌아서 바른길로 찾아온다. 그러나 정신병 환자는 엉뚱한 길로 계속 질주한다. 자기가 미쳤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미친 개가 길 건너 반대쪽에서 오는 개를 보고 갑자기 짖어댄다. 우리 강아지는 TV 화면에 개 광고만 나와도 달려가 멍멍댄다. 미친 개들은 서로 알아보는 모양이다.

한국의 군 단위에는 소아과, 산부인과가 없어진지 오래다. 씨가 말라가고 있다. 그 좁은 나라에서 웬 말이 그리 많은가. 서해 오염, 황사, 경제 등 육해공으로 우리를 조여드는 중국, 현대 차의 반값으로 미국시장에 대두될 싸구려 중국 차, 위협받는 철강 조선업…

유리병 속의 몰모트 쥐들은 숫자가 늘어날수록 더 서로 물고 뜯는다. 센서가 고장난 금붕어는 밤새 배 터지게 먹고 어항 속에 배가 볼록 불어난 채로 죽어있다. 카나리아가 죽기 전에 어서 살 길을 모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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