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항공사의 얌체 상혼

2007-07-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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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

여름 휴가시즌을 맞아 자녀들과 모국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는 이(퀸즈 플러싱 거주) 모씨는 얼마 전 항공사의 얌체상혼으로 기분을 망쳤다.

서울행 왕복권을 구입한 이 씨는 이참에 그동안 사용하지 않고 적립해 뒀던 마일리지를 이용, 좌석 업그레이드를 할 요량으로 여행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여행사 직원은 이 씨가 구입한 티켓으로는 좌석 업그레이드를 할 수 없다며 값이 더 비싼 티켓을 구입해야 만 좌석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씨가 “다른 사람의 마일리지도 아니고 내가 애지중지 적립한 마일리지를 사용하겠다는 데 왜 돈을 더 지불하고 다른 티켓을 구입해야 하느냐”고 따져 묻자 여행사 직원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마일리지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항공권과 업그레이드 할 수 없는 항공권으로 구분해 판매하고 있는 데 왜 모르셨냐”며 오히려 반문했다는 것이었다. 이 씨는 이미 구입한 티켓을 물리고 새로 구입한다는 것도 또 다른 일이 된다 싶어 결국 적립된 마일리지는 다음에 이용키로 하고 좌석 업그레이드를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 씨의 마음이 풀린 것은 아니다.


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언론을 통해 선심 쓰듯 마일리지의 장점에 대한 각종 광고를 하며 판매를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까지 탑승 제한을 두고 있다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더군다나 이미 몇 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는 항공사 정책을 자신이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 있어 이 씨는 항공사의 홍보 부족에 더욱 불만이 쌓일 뿐이다. 물론 이 같은 조치가 있기까지는 수년 째 이어지는 유가의 고공행진 등 항공사가 겪는 많은 경영상의 요인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 씨의 경험에서 보듯 항공사가 소비자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주지시킬 수 있는 홍보가 장치도 없이 구렁이 담 넘는 듯 한 행정을 보이지 않았나 하는 인상을 쉽게 지울 수 없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의 관행에 간여할 생각은 없지만 여전히 소비자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항공사들의 행태를 꼬집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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