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목민의 하나님과 할렐루야 대회

2007-07-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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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뉴욕교협 미디어분과위원장)

본래 유목민족이었던 한민족과 해양민족인 일본인 사이에 종교성에 있어서 가장 큰 차이는 ‘신 인식(神 認識)의 차이이다. 일본의 소설과 ‘엔도 슈사꾸’는 그의 유명한 소설 <침묵>에서 일본인은 근본적으로 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 - 혹은 불가능 함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한민족에게는 천부적인 신인식의 능력이 있다. 한국에 기독교가 전래된 이래 한 세기만에 기독교 인구가 급속히 증가한 것은 서방의 구호물자 때문이 아니다.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하나님의 개념에 대해서 설명 안 해도 이미 알고 있다.그러나 일본인은 아무리 설명해도 ‘하나님에 대하여’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들의 신 개념은 다만 ‘초월적인 인간’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신 인지능력은 우리와 같은 유목민인 몽고족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수 십년의 공산주의 통치가 종식된 이후 기독교가 들어간지 10여년 밖에 안 된 몽고에서 기독교 전파가 가장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현지 선교사들은 보고하고 있다.


‘신은 사막에서 태어났다’고 어느 종교학자가 갈파했듯이 유대인의 하나님은 요르단의 사막에서, 이슬람의 하나님은 아라비아의 사막에서, 마니교의 신은 페르시아의 황량한 사막에서 만나진다.유목민족의 하나님은 중앙아시아의 대초원과 황량한 시베리아의 벌판에서 만났다. 끝도 없는 대지와 오직 하늘만 있는 절대 고독 속에서만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세계적 종교는 대부분 사막에서 시작됐다. 하나님은 유목민(nomad)의 하나님인 것이다.

신약성경에 의하면 사막에서 양 치는 목동들에게 천사가 나타나서 그리스도가 탄생했다는 첫 소식을 알린다. 시베리아와 황량한 중앙아시아에서 초지를 찾아 유랑하던 유목민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제천(祭天) 신앙’이 있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언제라도 떠나야하는 유목민에게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하늘’ 뿐이었다. 그들은 농경문화권과 달리 어떠한 서물도 조상도 숭배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다만 사라져 갈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마유목민족인 한민족은 누구나 ‘절대 신인식(絶對神認識)’을 갖고 태어난다.

요즈음 ‘신 유목민 이론(New nomad theory)’이 여러 분야에서 중요 구조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로부터 ‘새 유목민’이 점차 늘어나 주류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 경제, 경영, 컴퓨터, 문화 등 여러 분야의 연구에 적용되고 있다.이들은 한 곳에 정착하거나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자유롭고 새로운 것을 향해서 항상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부자가 되거나 성공하려 하지도 않고,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자기가 추구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필요한 만큼 수입을 확보하고 디지털 네트웍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또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간다. 전형적인 고대 유목민족의 생활방식이다. 이들은 정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간다.

본국 사람들이 ‘정착한 유목민’이라면 한반도를 떠나서 해외에 흩어져 사는 이민자들은 ‘새 유목민’이라 할 수 있다. 한번쯤 버리고 떠나본 자만이 진짜 유목민(Homo Nomad)이다. 이렇게 미국에 사는 한인 유목민들은 대부분 교회를 중심으로 ‘캠프’를 친다. 그 옛날 유대 유목민들이 가나안을 향한 행진 중에 ‘성막’을 중심으로 캠프를 친 것처럼, 징기스칸의 몽골 기마병들이 팔색 깃발 아래 텐트를 친 것처럼 대부분의 한인동포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살고 있다.

뉴욕에 사는 한인동포들은 매년 대규모 기독교 집회인 ‘할렐루야 복음화대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연인원 1만여명 가량 참석하는 이 대회는 1980년에 시작해서 올해로 28회를 맞는다. 뉴욕에 180여 민족이 살고 있지만 유독 한인들만 갖는 대규모 연합 종교집회이다. 한민족의 근원이 바로 ‘원초적 유목민(nomad)’이기 때문일까? 때로는 사막길이 외롭고 적막한 이민의 땅에서 함께 모여서 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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