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자녀 교육이 뭔지...

2007-07-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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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1부 부장대우)

아이들 방학에 맞춰 6월말에 한국에 다녀왔다.
1-2년 간격으로 한국을 다녀올 때마다 약간의 문화적 충격을 받는데, 이번에는 조기 유학의 실
상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공항에서 대기하면서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무척 많이 눈에 띄었다. 눈
짐작으로도 30-40여명 정도였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노트북을 보면서 뭔가에 열중하는 등 대부분 들뜬 표정이었다. 방학을 맞아 한국에 돌아가는 조기 유학생들이라고 누군가 귀뜸했다.

한국에서 들은 얘기는 더욱 놀라웠다.
친척 중 한분이 우리 애의 나이를 묻더니, “여름에 한국에 보내서 SAT 공부하면 되겠네” 하는 것이었다. 농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분은 진지하게 말했다.미국의 한인 중고생들이 여름 방학이면 한국에 와서 강남의 SAT 학원에 다닌다고, 학원 수준이 미국의 학원보다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미국의 명문대 학생들이 여름에 한국에 놀러와서 학원 강습으로 용돈도 번다는 것. 하긴 한국의 사교육 열기를 생각하면,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을 만났는데,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던 친구가 기러기 아빠가 돼 있었다.과외 등 사교육비를 계산해보니까, 아예 외국으로 보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부부가 금술 좋기로 유명했는데, 자식 교육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짐을 싼 것 같다. 한국의 기러기 아빠는 2007년 현재 20여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은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서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등이 인기이며, 인도와 중국 등은 최근 조기 유학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학비와 생활비가 저렴한 동남아 지역의 국제학교도 한국인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잠시 리서치를 해보니까, 기러기 아빠도 분화돼 있었다.경제적 여건에 따라 독수리 아빠, 펭귄 아빠로 분류된다. 독수리 아빠는 재력도 있고 전문직업도 갖고 있어 수시로 외국을 드나들며 가족을 만날 수 있다. 펭귄 아빠는 공항에서 손만 흔드는 뒷모습이 뒤뚱거리며 걷지만 날지는 못하는 펭귄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기러기 아빠의 유형에 따라 외국에 나가있는 엄마의 유형도 달라진다. 독수리 엄마는 아이들 교육을 가디언과 개인 교습에 맡기고, 현지의 대학 등에 등록, 학위를 따거나 골프를 즐긴다. 펭귄 엄마는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로 아이들 뒷바라지만 열심히 하는 경우다.기러기 아빠(엄마)에 대한 특별한 동정이나 비판 의식은 없다. 각자의 삶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믿는다. 또 그들의 입장(상황)이 되면 나도 남다를 것 같지도 않다.

기러기 아빠가 된 친구를 보면서,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는 한가지는 남들은 자녀 교육 때문에 돈들여가며 미국에 보내는데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하지만 모를 일이다. 교육열 높은 뉴욕의 한인 학부모들이 족집게 과외로 유명한 한국의 SAT 학원에 등록시키기 위해 대거 한국행 비행기를 타게 될 지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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