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버팀 인(人)이 되는 길

2007-07-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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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고도(孤島), 즉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하나의 섬에 한 사람만이 살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인간이라 부를 수 없다. 인간(人間)이란, 한자가 가진 뜻대로 사람 ‘인’ 즉 <人>은 막대기(인간) 둘이 서로 의지하고 있으며, 간(人間)은 ‘사이 간’자로 사람 둘이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인간임
을 뜻한다. 서로 의지하는 사이란 관계성을 말한다.

관계성이란 혼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둘 이상이 되어야 그 안에 관계가 성립한다. 관계성은 둘 사이의 모든 상황을 말한다. 좋든 싫든 두 사람 이상의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다 관계에 속한다. 관계를 좋게 가지는 사람들은 실력이 혹 부족하더라도 어려운 세상을 지혜롭게
잘 헤치며 살아나갈 수 있다. 반대로,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사람들은 재능이 많고 똑똑하다 하더라도 어려운 일을 당할 때 잘 풀어나가지 못하고 더 큰 불행을 자초할 수도 있다. 그러기에 사람 사는 곳에는 독불장군이
있을 수 없다. 서로 의지하여 살아가도록 지음 받은 관계성의 인간이기에 그렇다. 혼자 잘난 척 해보아야 그리 덕 될 만한 것이 없는 게 관계로 맺어져 있는 세상임을 알아야 한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관계를 맺게 된다. 즉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성립된다. 태어난 아기는 자식이 되고 아기를 태어나게 한 아버지와 어머니는 부모가 된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흔히 천연(天緣)이라 부른다.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 뗄 수 없는 관계가 천연의 관계다. 부모가 이
혼하여 서로 남남이 되어도 자식과 부모 사이는 변할 수 없다. 이것이 천연이다. 또 다른 천연 관계가 있다. 형제와 자매 등 혈연으로 얽히어 맺어지는 관계다. 피로 맺어지는 관계는 하늘이 맺어주는 관계다. 사람의 능력 밖에서 이루어지는 관계이므로 그렇다.

천년만년이 가도 부모는 부모, 자식은 자식이다. 또 형제는 형제, 자매는 자매다. 이런 관계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이 만들어지는 관계다. 한 마디로 천연의 관계다. 천연이 아닌 인연(人緣)으로 맺어진 관계는 존속될 수도 있고 깨어질 수도 있다. 깨어지는 관계의 가장 흔한 예가 이혼이다. 부부는 이혼하면 남남이 된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因緣)이 아니기에 그렇다. 흔히 천생연분(天生緣分)이라 부부의 인연을 말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백년해로하는 부부도 있다. 그러나 결혼하자마자 깨어지는 부부도 있다.
사람의 관계 중 가장 가까운 관계는 부부관계다. 그래서 부부사이는 무촌(無寸)이라 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가 1촌이다. 형제와 형제사이가 2촌이다. 아들과 작은 아버지와의 사이는 3촌이다. 이렇듯 촌수가 이어져 사돈의 8촌까지 간다. 그 많은 촌 수 중에 부부만 무촌이다. 부부사이엔
서로 벌거벗어 사랑을 하여도 부끄러움이 존재하지 않는 그런 관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상황에서건 관계만 잘 유지하면 성공한다. 특히 대인관계의 달인이 되면 직장에서건 어디서건 성공할 수 있다. 실력은 있으나 상사와 동료 혹은 부하직원과의 관계가 좋지 않으면 성공에 걸림돌이 된다. 목사와 승려가 설교와 법문을 잘 못한다 해도 신도들과의 관계만 잘 유지한
다면 교회와 사찰도 부흥시킬 수 있다. 유명신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은 목사로, 설교를 신학적·철학적으로 아주 잘 한다하여도
교인들과의 관계에서 늘 잡음이 일고 사사건건 충돌이 생긴다면 그가 목회하는 교회는 성장하기 힘들다. 목사가 떠나든지, 교인들이 떠나든지 둘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박사학위 없는 목사나 승려도 신도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면 교회나 사찰은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세상사 모든 곳에는 관계가 성립한다. 국가도 서로의 관계가 있다. 부부관계. 친구관계. 상사와의 관계. 동료와 부하직원과의 관계. 부모와 자식관계. 형제관계. 연인관계 등등. 관계란 하루아침에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계는 깊어진다. 깊어진 관계만큼 서로의 사이는 의존적이 되며 도움을 주고받게 된다. 헤어지기 힘들어진다. 서로 좋아진다.

외딴 섬에서 홀로 살아가는 사람은 사람이라 말할 수 있어도 인간이라 말 할 순 없다. 사람의 사이가 인간인데 함께 의지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곳이 인간세상이다. 인간세상에선 독불장군처럼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한다. 그것만이 진정한 인간, ‘버팀 인(人)’이 되는 길이다. 천연(天緣)이 되었든 인연(人緣)이 되었든 연(緣)에 의해서 맺어지는 모든 관계다. 관계가 좋지 않다면 관계회복을 하면 된다. 누구와도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여 모두 승리하는 삶 살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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