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을 다시 생각해 본다

2007-07-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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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옥(전 고교 역사교사)

미국 역사학자 찰스 비어드는 “미 헌법은 동산,부동산 소유자들의 경제적 이해관계의 소산이며 그들의 이해가 헌법에 의해 보장받는 경제적 문서’라 결론지었다.

칼 막스가 역사 전개를 착취, 무산계급 등의 표현으로 경제적 측면에서 살벌한 해석을 했듯이 미 헌법을 그런 식으로 해석함으로써 신의 뜻에 따라 건국의 아버지들이 사욕을 버리고 만들었다는 종래의 해석을 부정했다.
당사자들인 백인 앵글로 색슨 기독교(WASP)인들이 들으면 기가 찰 소리지만 지구상에 있어보지 못한 부국 건설의 레일을 깔아놓은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미국이 있어 지금도 ‘미국의 꿈’을 가진 이민자를 유혹한다.
독립을 전후한 유럽 이민자들은 종교적 박해를 피하거나 한번 크게 성공해 보겠다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요즈음은 미국에서 일한 적도 없이 사회보장제도에 의존해 편히 살려는 노인과 불구자들도 많다.


그래서 60년대 이민자들은 오늘의 미국이 그 때와 다르다는데 토착 미국인과 생각을 같이 한다.채권국이던 미국이 채무국이 되고 오일 쇼크의 경험으로 미국이 완전 독립국이 아님을 알게 되고,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가 호기심으로나 타던 차를 만들던 일본차 회사에 밀리고, 중국인들이 만든 신과 옷을 입고 신흥공업국들이 미국을 대신할 것도 염려한다.
이런 평가들이 그저 부질없는 것일까?

플러싱에서 노던가를 따라 걷다 보면 인종 통계가 1주일 단위로 변할 정도로 아시아와 라틴 인구가 급증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얼마 전까지도 폐교 대상이던 초등학교 앞은 등교시간이면 길이 막히고 블록마다 있는 교회, 성당, 사찰, 템플 앞은 본국말 하는 노인들로 붐비고 막일거리 찾아나선 라틴 이민자는 거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건국 이상과 결별한 이 지역 민주당 정치인의 입술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불법 이민자들에까지 더욱 달콤스럽다. 이들이 건국정신에 걸맞는 위상을 갖고 오늘의 미국을 있게 한 정신을 계승할 수 있을까.

출신국 국기를 들고 수도 워싱턴 거리를 누비는 불법이민자들의 데모를 보는 미국인의 관용은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미국은 절충함으로써 폭넓은 합의점을 찾아내는 법 제도와 민주적 역량을 갖고 있고 그래서 약자도 만족할 수 있는 가능성의 열린 사회와 불법 입국자들의 부당한 요구는 미국의 여론을 애국주의 보수·국수주의로 유도해 정책을 만들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입지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최근에 불법체류 학생의 거주민 학비 적용법을 커네티컷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미국인들은 정치적으로 대외 영향력이 약화되어 있는데다 이들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늘고 사회불안의 요인이 된다 믿는다. 시민 3명 중 1명이 유색인 미국사회는 조만간 찾아올 것이며 이는 미국의 후퇴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 염려한다.

이민자들의 문화적 이질감 극복은 교육이 그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이다.
교육은 또 이민자들의 ‘미국의 꿈’을 이루게 하는 열쇠를 제공할 것이다. 미국에는 세계 지도자를 배출하는 대학이 있고 기술자 양성을 위한 직업학교도 많다. 세계에 뻗치던 50년대 미국에 비하면 후회된 듯 보이나 미국 달러를 대신할 화폐가 없음은 아직 미국이 잘 사는 나라임을 뜻한다.
후손들이 법을 지키는 사람들의 공동체 안에서 살만한 가치가 있는 미국을 남겨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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