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뉴욕판 강남엄마 따라잡기…

2007-07-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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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1부 차장)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자녀교육을 위해 우수 학군으로 이사를 준비하는 한인 가정들이 늘고 있다.

‘맹모삼천지교’라는 옛말처럼 보는 대로 받아들이는 어린 학생들일수록 지역적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무조건 우수학군으로 옮겨 간다고 해서 자녀의 성적이 오른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점도 학부모들이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초기 이민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퀸즈 25학군보다는 우수학군으로 명성 높은 퀸즈 26학군을 선호하게 되고, 26학군 거주자들은 롱아일랜드나 웨스트체스터 등 외곽 지역의 우수 학군으로 자꾸만 눈을 돌리는 것은 한편으로는 자녀 교육에 욕심을 부리는 부모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학업 이외 교우간 마찰 등의 다양한 자녀 문제로 고심 고심을 하다가 결국은 땡빚을 내서라도 우수 학군으로 옮겨 보겠다는 일부 한인 학부모들의 노력은 때론 눈물겨울 정도다.

최근 한국에서 새로 방영된 ‘강남엄마 따라잡기’라는 드라마가 첫 회 방송 직후부터 ‘강남북 논란’ 등 각종 이슈를 일으키며 톡톡 튀는 대사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중 ‘강남여자 시리즈‘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기억에 남는 대사 중 하나로 꼽힌다. 내용인즉, 10억도 없으면서 강남 사는 여자, 20억도 없으면서 외제차 모는 여자, 30억도 없으면서 자녀 유학 보내는 여자, 40억도 없으면서 ‘사’자 사위 보려는 여자는 모두 강남에 살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을 1달러 당 1,000원으로 놓고 보더라도 10억이면 100만 달러, 40억 이면 400만 달러인데 열심히 이민 생활하는 한인 동포들 입장에서는 요샛말로 ‘허걱~’하는 놀라움과 함께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대사가 아닐 수 없다.

또 한편으로 곰곰 생각해보면 이는 한국의 강남에만 해당되는 얘기도 아닌 것 같다. 뉴욕의 한인들 사이에서도 무의식적으로 또는 의식적으로 거주 지역에 따라 서로를 부러운 눈으로 올려다보거나 때로는 다소 무시하는 태도로 내려다보는 경향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학군이 좋을수록 집값도 비싸고, 집값이 비싼 동네에 산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인 여유가 뒷받침된다는 차원에서 해석한다면 가진 자들이 부유층 동네에서 살겠다는 것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거주 지역에 따라 색안경을 끼고 보는 행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있다. 어디에 뿌리를 내리든 거름을 주고 나무를 가꾸는 부모들이 하기에 따라서, 그리고 스스로 곧게 자라고자 하는 자녀들의 의지가 있다면 그 자리가 어디든 자기하기 나름이 아닐까? 우수 학군만 고집하다가 자녀에게 오히려 더 버거운 마음의 짐만 안겨줄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며 보다 사려 깊은 부모들의 감찰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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