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요일은 두렵다

2007-07-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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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선(하버그룹 수석부사장)

얼마 전부터인지는 몰라도 수요일과 금요일이 되면 왜 그렇게 걱정이 되고 나 혼자 불안해지는지 모르겠다.내 나름대로, 거친 온평생을 기독교에 몸담고 살아온 터이라 수요일 저녁에는 수요예배에 참석하여 경건한 예배를 드리는 일이 기쁨이고, 또 금요일 저녁에는 찬양예배에 참석하여 말씀과 찬양으로 좋은 저녁을 보내는 것이 적어도 개신교를 믿는 교인들에게는 주일예배를 빼놓고는 정해진 교회 생활일 것이다.

몇 달 전인가, 무심히 운전 중에 새로 눈에 띄는 간판들이 눈에 들어오던 중 유심히 내 눈을 더 크게 뜨게 하는 간판 하나가 확 다가온다. 심장마비라도 곧 올듯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한다.실은, 내 눈 높이로 보이는 건물 2층에 붙은 새하얀 교회 간판이었다. 빨간 십자가 아래에는 어
느 교단에 속한 어느 교회이고, 담임목사는 누구고, 1부예배는 9시, 2부예배 11시, 수요저녁예배 8시30분, 금요예배 8시30분, 교회학교는 몇 시 몇 시... 내가 혹시 길을 잘못 들어와서 낯설은 거리에 차를 멈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보았다.


오래 전에도 이와 비슷한 걸 이따금 보았는데 또 보게 되었다. 그 후로 수요일 저녁과 금요일 저녁 9시쯤 되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걱정이 된다. 또 어떤 때는 차를 몰고 그 앞으로 가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교인들이 경건하게 모여서 기도하고 예배드리는 중에 아래층 술집에서 술 취해 터져나오는 가라오케 소리는 크지 않을런지? 술 취하면, 걸핏하면 터지는 시끄러운 싸움들은 안 하는지? 예배 끝나고 문(?)을 나서면서 술꾼들과 부딪치지는 않을런지, 공연한 헛 걱정을 하게 된다.

하루는 집에서 고장난 부엌 수도를 고치던 중 필요한 부품을 구하러 노던 근처에 있는 아주 오래된 하드웨어점(한국말로는 철물점)에 가는 중 또 한번 우리 한국교회들을 보고 기가 찼다.이 짧은 한 블럭에, 크고 작은 한국교회가 셋이나 나란히 다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각 교회에서 문 열고 나와 돌아보면 걸어가지 않고도 서로 인사도 할 수 있을만한 거리이다.

세 교회가 다 다른 교파인 것이 다행(?)일까? 하기야 이곳 현지의 파가 다른 두 장로교나 또 아니면 감리교가 뭐 그렇게 다를 것도 없겠지만 옛 서울 인사동 거리에 책방들 줄지어 있던 상황하고는 같지 않을 것이다.
한식 식당만 셋이 같이 있는 것보다는 한식집 하나, 일식집 하나, 그리고 중국집 하나, 골고루 있으니 식도락가들의 선택의 자유가 된다는 것일까?
미국에는 리커스토어를 비롯해서 특정업의 영업 허가에 거리 규정과 그 주위환경의 규정이 있다. 언젠가는 교회 설립 허가에도 이런 규정들이 지금보다 더 까다롭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이곳 퀸즈카운티에 한국인 교회가 이민교회 중 단일민족의 교회로는 가장 다양성 있고 또 전세계의 어느 지역의 이민교회 수로도 최다 기록을 깼다는 기록으로 일단 한번 기네스북에 오른 다음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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