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부 싸움

2007-07-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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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전 MBC 아나운서)

<부부란 젊은 시절엔 ‘연인’이요, 중년에는 ‘친구’가 되며, 노년에는 ‘간호원’이 된다>미국 속담이다.

사람이 태어나 성년이 되면 짝을 찾아 백년 해로를 약속하고는 부부 생활을 시작한다.성장 배경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 이성이 결합해, 상호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는 것이 부부 생활이라는데 살다 보면 마찰도 있고 티격태격 시비도 나오기 마련이다.부부 싸움을 사랑 싸움으로 비유하기도 하고 칼로 물 베기로 가볍게 넘기는 것은 부부 애정이 근본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과 산은 멀리 볼수록 좋게 보인다는데 부부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가 훤히 들여다 본다. 가깝게 다가 설수록 감춰진 신비가 벗겨지는 것처럼 어쩌다 상대의 결점이 보이면 너무 쉽게 실망도 한다.서로 애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가끔은 사랑 싸움이 필요하다는 억측(?)도 나오지만 사실 싸움 없이 사는 부부가 행복한 커플이라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싸움은 싸움이기 때문이다. 부부 싸움이란 솔직한 감정을 거리낌 없이 나타내기 때문에 충돌이 빈번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다투게 되며 불화도 생긴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결혼 생활에 들어가면서부터 차차 숨겨져 있던 상대방의 흠이 하나 둘 드러나면 상대방에 대한 실망감도 커지고 자신의 배우자 선택이 과연 옳았나 하는 고독감에 젖어들기도 한다. 거기다 상대에 대한 기대감이 허물어지면서 사소한 일에도 감정 장애를 일으킨다.만약 완성된 남편이라면 지금의 아내를 선택했을까?아니다. 아내가 완벽한 여성이라면 지금의 남편을 선택했을까?

역시 아니다.일본 여류작가 ‘미우라’여사가 쓴 ‘빙점’이라는 작품에서 결혼을 앞둔 딸에게 아버지가 다짐받는 대목이 나온다. “네가 진정 그 남자에게 시집 가려거든 약속하자. 네가 영원히 ‘남편을 용서’할 수 있고 영원히 ‘남편을 살릴 수 있다’면 이 결혼을 승락하마…”

부부 사이에는 분명 도(道)가 있다. 지켜야 할 것이 지켜지지 않을 때 쉽게 상처를 입고 균열되는 것이 부부의 감정이다. 왜냐하면 부부 사이가 시종일관 감정(Emotion)으로 지탱하다 시피 민감하기 때문이다.그래서 부부 사이에 ‘예의’가 필요하다고 그런다.부부 생활이 ‘예의’로써 출발하고 ‘예의’로써 지탱된다면 그처럼 부드러운 일이 없을 것이
다. 예의가 없으면 서로 뒤엉키는 감정을 풀기도 힘들다. 사랑의 가장 좋은 감정이란 솔직하고 적극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의에서 멋있는 분위기가 나온다는 얘기다.

결점이 있고 부족한 현재 그대로의 아내나 남편이 어떻게 화합해 나갈 것인가 공동의 호흡을 하기 위해서는 예의 가운데 ‘사랑과 이해’ ‘관용과 협조’가 나와야 하겠다.“사랑한다는 것은 전부를 믿는 것이다” 빅토르 위고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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