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라

2007-07-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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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근(무궁화상조회 회장)

“선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라”
이 문구는 오스트리아 출생으로 1959년 23세, 1962년 25세의 나이에 한국의 한센병(나병)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 찾아왔던 ‘마리안’과 ‘마가렛’ 두 사람이 3평 남짓한 그들의 방문에 붙여놓았던 그들의 단심(丹心)이다.

이들은 오스트리아 간호학교 출신 수녀(修女)로 소록도 병원에서 간호사를 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행을 결심, 71세와 70세에 소록도를 떠나기까지 근 반 세기를 낯선 이국땅 외딴 섬에서 환자를 돌보며 살아온 백의의 천사들이다.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20대에 품은 뜻을 한평생 지키며 살았다는 것이 대견해서다.그들이 처음 소록도를 찾았을 때 성인 환자 6,000명에 200명의 어린이들이, 약도 없고 돌봐줄 사람도 없는 실정을 보고 한 사람 한 사람 치료해 주려면 평생 이곳에서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
각을 했고 그 생각은 한평생 변함이 없었다.


그들이 떠날 때 환자 수는 600명 정도로 소록도는 이제 딴 세상이 됐다.
선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기를 원했던 이들은 상(賞)이나 인터뷰를 번번이 물리쳤다. 10여년 전 오스트리아 정부가 수여하는 훈장을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가 섬까지 찾아가서야 줄 수 있었고, 병원측이 마련한 회갑잔치마저도 ‘기도하러 간다’며 사양했었다.

이들은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라는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이른 새벽 아무도 모르게 섬을 떠났다.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고, 우리들이 있는 곳에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동료들에게 이야기 했었는데 이제 그 말을 실천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감사하며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마음 아프게 해드렸던 일에 대해 이 편지로
용서를 빕니다”어떤 경우 마땅히 섬겨야 할 입장에 있는 사람이 오히려 섬김을 받으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을 본다. 그 원인을 찾아보면 시작할 때 가졌던 마음이 차차 변질되고, 변질된 마음이 어느새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돼 나쁜 인상과 나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50만 뉴욕 한인사회에 1,300여개의 공공기관이 있다. 공공기관은 섬기는 기관이다. 초심을 잊지 말고 밝은 사회 구현을 위해서 봉사하는 기관으로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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