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결국 돈이었다

2007-07-06 (금)
크게 작게

정지원(취재1부 부장대우)

바덴바덴의 쾌거는 없었다.대통령의 호언장담과 대한민국 최고 갑부의 노력에도 불구,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꿈이 깨져버렸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장이 마치 경품추첨을 연상케 하듯 공개한 종이에 ‘소치’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이자 평창의 한 광장에 모인 한국인들은 일제히 긴 한숨과 탄식을 내뿜었다. 서로 부둥켜안고 대성통곡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볼 수 있었다.

한국과 러시아의 대통령들과 세계 유수 기업인들까지 나서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 때문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올림픽 유치가 경제는 물론, 사회적, 의식적인 혜택을 부여한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돈’이 가장 큰 이유다. 최근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코리아교육신문’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지난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4조7,000억 원에 달했고 2002년 월드컵은 11조5,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는 생산유발 효과와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도시의 명성으로 인한 부가가치, 고용창출 등이 포함된다.


문화관광부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성사됐을 때 약 16조원에 달하는 경제효과를 기대했다고 한다. 특히 강원도만을 놓고 볼 때도 로게 위원장의 ‘소치’라는 한마디로 약 10조원이 물 건너간 것으로 추산된다.
평창의 올림픽 유치가 좌절되자 눈물을 흘린 한국인들 중에는 순수한 애국심과 고향사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겠지만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 평창 인근 지역 부동산에 투기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근대올림픽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피에르드 쿠베르탱 남작이 지난 1896년 올림픽을 부활시켰을 때 오늘날 이와 같은 경제적 여파를 과연 상상했을까?통신기술의 발달로 실시간 올림픽 중계가 가능해지면서 말 그대로 전 세계의 축제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순수한 스포츠 정신에서 조금 벗어나 국가와 개인의 이득을 따지는 ‘돈벌이’ 행사로 전락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