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들아, 인생의 큰 그림을 그려라’를 읽고

2007-07-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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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춘기(골동품 복원가/’UN본부의 남북 깃발’의 저자)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체취’라는 게 있다. 몸 냄새라 해서 땀 냄새나 겨드랑이 냄새와 같은 물리적인 냄새가 아닌 그 사람이 풍기는 정서를 말하며 외형적 치장이나 포장으로는 숨길 수 없는 것이 인간이 풍기는 ‘체취’이다.

체취는 천부적인 냄새이다. 글(책)에도 냄새가 있다. 유명인이나 기성작가의 글 냄새는 그들이 가지는 유명세에 따라 글 냄새의 농도나 질(가치)이 좌우된다.글은 말을 여기 저기서 주워 짜 맞추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글이란 자고로 수 십 가지의 한약재를 탕 항아리에서 팔팔 끓여 삼베 탕 보자기에 넣고 홍두깨로 짓눌러 짜내는 보약같은 것이다.


모처럼 냄새나는 책을 읽었다. ‘아들아, 인생의 큰 그림을 그려라’이다. 저자 이규용은 그렇게 돋보이는 기성작가가 아니다. 그저 십년 전에 자신의 생활수기 ‘맨하탄의 호박넝쿨’이라는 매우 해학적인 책 표제로 책을 펴내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책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책 제목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기성작가나 유명인이 아닌 저자의 책에 독자의 시선(관심)을 유도하는 일차 관문이 책 제목이다. 그런 점에서 ‘아들아, 인생의 큰 그림을 그려라’는 만인의 아들은 물론 아버지들에게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그리고 시대 적절한 표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책 제목을 잘못 붙여 낭패를 보는 기성작가들도 수두룩하다. 그보다 문제는 거창한 제목을 달아놓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속물 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책이다. 독서문화의 ‘암’이다.책, ‘아들아 인생의 큰 그림을 그려라’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서한집 형태의 책이다. ‘사랑하는 아들아’로 시작되는 27편의 글은 성서구절 속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담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아들에게 전하고 있다.‘돈’이 지배하는 물질문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버지의 위상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데 이 책은 부모의 애틋하고 간곡한 자식에 대한 사랑을 잘 담고 있다.스타인 백의 대표작 ‘분노의 포도’는 성서 ‘출애굽기’에서 얻은 영감으로 썼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성서적 영감이란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잠들기 전에 한 편씩 읽고 음미하면서 꿈나라에 젖어들기에 적절한 글이라고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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