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하늬와 미인대회

2007-07-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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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컬럼니스트/뉴욕교협)

올해 멕시코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이하늬양이 4등을 한 것은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4등에 머문 것 만큼 안타깝고, 또 의미있는 일이었다.

미스 유니버스와 월드컵이 같은 점은 똑같은 4등을 한 것이고, 다른 점은 축구는 전 국민적인 응원 열풍을 일으켰고, 이하늬는 혼자서 고군분투했다는 점이 미안하다.매년 세계 언론의 주목 속에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대한 보도를 영상매체나 신문잡지를 통해서 보면 컴플렉스를 느낄 때가 있었다. 훤칠하고 잘 생긴 용모에 금발의 미녀를 보면서 우리 민족은 체형도 다르고 ‘미스 월드’는 백인들이나 뽑히는 것이려니 하는 선입감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 인터넷에 뜨는 2007년도 미스 유니버스대회 뉴스를 보니 금년도 미스코리아 이하늬양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계속 상위 그룹으로 진출하고 있었다. 뉴스 속보를 따라갔다. 그것도 미스 일본과 더불어 두 아시아 미녀가 수위를 다투고 있다.뉴욕에서 두 번 만났던 여학생이 미스 유니버스가 된다는 것은 자랑스럽고 신나는 일 아닌가? 갑자기 이하늬 하고 친구들 하고 같이 찍은 사진을 찾아서 컴퓨터로 인화해서 주변에 나누어 주고 응원에 들어갔다.

내가 알기로 이하늬는 뉴욕에 2번 왔었다. 처음 방문은 4년 전 서울대학교 국악학과 신입생일 때 크리스찬 국악 찬양팀인 ‘예가회’(단장 문재숙)의 멤버로 순복음 뉴욕교회 베들래헴 성전 봉헌 기념공연을 하기 위해서 뉴욕을 방문했고, 뉴욕과 뉴저지 몇 교회를 방문해서 연주를 했었다. 당시 나는 교회 신문을 편집했었고 연주팀의 기자회견을 주선하는 등 안내역이었으므로 당시 학생이었던 이하늬와 엄마 문재숙 이대 교수, 언니, 동료 예가 회원인 미녀 학생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허드슨 강변에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그 때 이하늬는 대학생으로 어린 티가 나고 뭔가 잔뜩 삐져 있었는데 이목구비가 뚜렷한 서구적 미인으로 키도 크고 날씬했었다.그런데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에 그 ‘예가회’가 뉴욕을 방문해서 카네기홀에서 연주회를 갖게 되어 지인들과 연주회에 참석했다. 그 때 이하늬가 미스코리아에 뽑힌 것을 알았고 수 년만에 예가회원들과 인사도 나누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교회에서 연주회를 갖게되어 미스코리아 당선 소개를 했었다.

그 이하늬가 세계 최고의 미인대회에 나가 ‘넘버 원’의 예상을 뒤엎고 4위를 기록했다. 그 친구가 분통이 터진다고 당장 만나자고 전화가 왔다. 대뜸 일본은 전국민이 응원하고 언론사와 기업 스폰서가 미스 유니버스를 열심히 후원해서 예쁘지도 않은 일본 여자를 미스 유니버스를 만들었는데 한국사람들은 뭐하냐는 것이다.

“응원팀도 없이 초라한 참관인들 몇 명만 오고 축구보다 더 중요한 게 미인대회 아니냐? 우리나라 여자가 세계 최고 미인으로 뽑힌다는데 누구 배가 아프냐? 국가 차원에서 조금 더 신경써야 하는 것 아니냐? 미스 일본이 뽑힌 것은 미스 유니버스 왕관을 만들어서 제공한 일본 국적
의 세계 최고의 진주회사 수미모또사의 뒤 배경 때문이다. 이런데서도 국력이 작용하느냐!” 하면서 엄한 나를 붙들고 몇 시간을 추궁하며 아쉬워 했다.

그건 사실이다. 그렇다. 이제 우리 딸들도 당당히 미인대회에 내보내서 한민족의 우수성을 뽐내고 열심히 응원하자. 여하튼 월드컵 축구가 그랬듯이, 이하늬가 아쉽지만 그래도 이번에 미스 유니버스 컴플렉스는 풀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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