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재외동포의 참정시대 개막

2007-07-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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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한국의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도록 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재미한인들의 한국정치 참여 시대를 여는 획기적인 결정으로 그 의의가 대단히 크다. 헌재는 지난 28일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는 현행 공직선거법과 주민투표법에 대해 헌법 불일치 결정을 내리고 내년 연말까지 법을 개정토록 했다. 이 결정은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주는 보통선거의 원칙에 따라 국외 거주자에게도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합리적 결정이다.

지금까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영주권인 재미한인들은 참정권은 없으면서도 국민이라는 이유로 병역의무의 대상이 되었는데 이번 결정으로 이런 형평에 어긋나는 일이 개선될 수 있게 되었다. 해외동포들은 선거를 통해 한국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권익 옹호에 큰 진전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재미한인으로서 이번 헌재 결정을 크게 환영한다.

외교부의 2005년도 통계에 따르면 재외국민은 영주권자 170만, 해외체류자 114만 등 모두 280만명이며 그 중 투표권이 있는 19세 이상은 210만명이라고 한다. 대선에서 ‘당락의 표차가 지난 1997년에는 39만표, 2002년에는 57만표에 불과했기 때문에 재외국민의 표심이 한국의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각 정당이 재외동포의 표심 잡기에 과열운동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번 대선부터 모든 재외동포의 참정권을 실현하자고 주장하는데 반해 열린우리당은 이번 대선에서는 해외체류자만 실시하고 그 이후에 모든 재외동포에 확대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모두 자기 당의 당리당략에서 나온 주장인 것이다.


또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실현하는데는 절차상의 문제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세계 각국에 산재해 있는 재외국민의 선거인 명부 작성에서부터 선거운동, 투개표 관리, 부재자 투표 관리 등 절차를 진행하고 해외의 각 정당 선거운동과 선관위의 활동 등 복잡한 문제가 걸려 있다. 자칫 잘못하면 부정 시비로 선거 전체에 혼란과 파국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법 개정이 이루어진 후에 적어도 6개월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제도를 위해 신속한 법 개정과 철저한 준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재외국민의 한국선거 참여는 해외 한인들의 정치력을 증진하는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지만 또한 지나친 한국정치 바람으로 인한 부작용도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재미한인사회의 경우 시민권자이든 영주권자이든 미국 주류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영향력을 기르는 것이 급선무인데 한국정치바람 때문에 미국사회의 진출이 소홀해진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한인들은 해외동포의 참정시대를 맞아 이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지혜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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