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교육 망치는 한국의 교육정책

2007-06-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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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이번 주 취임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의 집권 일성은 교육 강국이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교육개혁 정책을 계승하고 이를 한층 더 향상시켜 영국의 교육수준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시대는 무한경쟁의 시대이므로 실력이 최우선이라면서 학교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정부가 앞장 서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천명했다.

전임인 토니 블레어 총리도 교육 향상에 큰 업적을 남겼다. 그가 1997년 총리로 취임할 때만 해도 영국의 교육은 하향평준화로 질이 저하되어 있었다. “교육이 최대의 경제정책”이라고 내세운 그는 교육예산을 확충하고 공교육 강화에 힘썼다. 학교간의 경쟁을 유도하여 학업 성취도에 따라 예산을 지원하고 경쟁력이 없는 학교는 퇴출시켰다. 진보적인 노동당 출신인 그는 야당인 보수당의 협조를 받아 교육법을 개정하여 학교 교육에 시장주의 경쟁원리를 도입하고 학교의 자율권을 존중하면서 자립형 학교를 권장하기도 했고 대학 기부금에 정부의 매칭펀드를 제공하여 대학기금 조성을 도왔다.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땅’이었던 대영제국은 2차대전 후 식민지를 모두 잃고 소국으로 전락하여 쇠퇴의 길을 걸었다. 경제가 파탄하여 IMF 신세까지 진 영국이 대처수상 이후 갱생의 길을 걸어 이제 교육입국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영국의 파운드화는 지금 미국의 달러화 보다도 탄탄해졌고 런던은 뉴욕을 제치고 세계 제 1의 금융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돈 많은 영국인들은 세계 도처에서 환영받고 있어 세계 일등국민의 위상을 되찾아 가고 있다. 그런 영국이 이제 미래를 위한 교육을 최우선 과제로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사실 미래를 위한 투자로 교육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사람은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위대한 예술가나 과학자, 사상가 등은 모두 교육의 산물이다. 하다못해 개인이 받는 연봉도 교육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한 가문에서 교육을 잘 받은 인재가 나오면 그 가문이 일어선다. 국가의 흥망성쇠도 교육의 성패에 달려 있다. 미국이 현대문명의 중심 국가가 되고 세계의 지도 국가가 된 것은 실용주의 교육이 만들어낸 산물, 즉 훌륭한 과학자와 사업가 등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교육을 무척 중요시 하는데 그것은 재산은 남이 빼앗아 갈 수 있어도 실력만은 남이 빼앗아 갈 수 없다는 확고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사회가 눈부시게 발전한 것도 다른 요인이 있긴 하지만 교육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의 교육열이 유난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우리 부모들은 자식을 가르쳐야 한다는 한을 안고 살았다. 나는 비록 못 먹고 못 입더라도 자식은 가르쳐야 한다는 희생정신으로 살았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이나마 살게 되었고 나라가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다. 교육이 자산이라는 것은 요즘 인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영어 능력과 교육수준이 있어 미국회사의 아웃소싱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런 교육이 망가져 가고 있다.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집권하면서 하향평준화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또 좌파 사상이 교육계를 지배하면서 하향평준화 경향이 더욱 심해졌고, 교육의 이념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전교조라고 하는 좌파 교육자들은 진실보다는 목적 달성을 위해 사실을 왜곡시키고 있으며 실용주의보다는 이념에 몰두하고 있다. 좌파 정부는 교육을 정치의 연장으로 보고 교육에서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려고 하고 있다.

사회에서 개인의 능력에 차이가 있듯이 학교에서도 학생마다 실력의 차이가 있고 학생들의 집합체인 학교간에도 실력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고 경쟁을 시켜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이와같은 경쟁을 금지하고 자율성을 막는다면 이것은 분명히 교육을 망치는 일이다. 현 정부가 고집하고 있는 3불 정책, 즉 대학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제도, 그리고 이런 상태에서 내신성적을 50% 이상 반영하라는 교육정책은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을 없애버리겠다는 정책과 같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2009년 대학입시부터는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인 극빈자는 최소한 실력만 있으면 정원 외로 입학시키고 정부 장학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가난하다는 것이 죄는 아니므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특혜를 받아서도 안된다. 가난하나 부유하나 당당히 시험을 쳐서 실력있는 사람이 입학할 수 있는 입시제도가 교육을 살릴 수 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교육제도를 제대로 경험해 보지도 못한 대통령이 무엇을 안다고 교육 일선에서 일하는 대학총장들을 불러다 놓고 어린아이들에게 훈계하듯 하고 있으니 과연 교육을 바로 세울 수 있을까. 다른 것은 선진국을 따라 가느라고 기를 쓰면서 교육만은 정반대로 하고 있으니 이것은 곧 교육을 망치고 나아가서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영국이 추구하는 교육 강국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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