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네의 그림 구경하기

2007-06-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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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환(뉴저지)

불란서 인상파 화가 모네 작품 전시회가 서울에서 대성황인 것 같다.
서울의 신문을 보면 ‘빛의 화가 모네’란 제목을 달고 그가 처음으로 사물에 비치는 햇빛에 의한 순간적 변화까지 관찰하여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기사들이 많다. 그러나 모네가 어떻게 해서 햇빛의 조사량(照射量)에 따라 변하는 사물의 모습을 관찰하여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기사는 단 하나도 없었다.

불란서 역사에서 19세기는 빛의 세기(Age of Reason/Age of Light)라고 한다. 그것은 이성이란 빛을 무지 몽매한 사람의 마음 구석 구석에 골고루 비쳐 이 세상을 밝게 한다는 뜻이다. 아메리카 신대륙과의 활발한 교역과 불란서 혁명의 영향으로 불란서는 19세기에 도달하기 전부터 이미 전세계 문화예술과 외교의 중심지가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 누구에게나 각자 마음 한 구석에 유교와 불교 사상이 깃들어 있는 것처럼 모든 불란서 지성인들의 마음에는 볼테르(Voltaire)의 계몽사상이 깃들어 있다. 영국에서 Voltaire에 의하여 불란서에 들여온 계몽사상은 불란서 혁명의 원천이 되었고 아울러 19세기 불란서 번영의 원동력이 되었다.


불란서 역사에서 낡은 전통과 인습을 타파하고 종교의 억압과 지배에서 벗어나 이성의 빛을 비추기 시작한 것이 바로 Voltaire의 계몽사상 때문이었다. 모네가 기존의 화실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그림을 그린 것이나 기존의 화풍에서 벗어나려 노력한 것이나 사물을 고정관념에 따라 사실 그대로 그리지 않고 그 사물에서 느낀 인상을 그린 것 등은 그가 바로 Voltaire의 계몽사상이 이룩해 놓은 시대적 분위기에 힘을 얻어 새로운 지성의 빛과 눈을 뜰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독일에는 계몽사상이 라이프닛츠에 의하여 소개되었지만 칸트와 헤겔에 의하여 상아탑에 안주하는 철학자의 전유물이 되어 철학을 위한 철학으로 전락한 것은 Voltaire 같은 행동하는 지성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란서 계몽사상은 볼테르에 의하여 민중 가운데 파고들어 불란서 사람들에게 이성의 빛을 골고루 비춰주었다.

우리가 불교나 유교에 대한 이해 없이 우리의 고전문학이나 전통 예술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처럼 불란서 문학이나 예술을 Voltaire의 계몽사상 없이 잘 이해할 수는 없다. 모네의 그림을 보는데는 모네의 눈 하나와 볼테르의 눈 하나가 같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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