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통령 별장

2007-06-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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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업(필라델피아)

2005년 1월 21일 군은 계룡대에 대통령 별장을 짓기 시작해서 6월 30일 공사를 완료했다. 문제는 이 공사에 들어간 예산이다. 이 공사에 소요된 73억의 돈은 최전방 작전부대 장병용 막사와 화장실, 목욕탕 급수시설 등을 짓는데 쓰도록 용도가 한정돼 있는 특별한 예산이었다.

어느 날 인사 참모가 숫용추 계곡쪽으로 구보를 나갔다가 발견된 이 공사장에는 ‘병영시설 개선공사’라는 간판을 걸어놓고 가람판 안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계룡대 안에 내가 모르는 공사가 있나 하고 현장 안으로 들어가니 자기를 알아본 한 장교가 대통령 별장을 짓는 공사라고 했다. “왜 ‘병영시설 개선공사’란 간판을 붙여놓았는가”라고 물으니 그는 “병영시설 개선공사 예산으로 건축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얼마 후 이 공사와 관계된 장교들이 찾아와 미리 보고를 못 드린 이유와 국방부 지시로 공사를 하게 됐다는 얘기다. 청와대 국방보좌관이 새 국방장관이 되고 나서 이루어진 일이다.


이상은 어느 시사 종합잡지에 실린 ‘노무현과 육군의 4년 전쟁’에 나와 있는 일부 내용이다.연약한 사병들의 복지시설을 엿볼 수 있는 일이며 젊은이들의 병역을 기피하는 이면을 파악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대통령이 사전에 이것을 알았다면야 별장을 그 예산으로 지으라고 했을 리가 없을 것이다.골프를 친 대통령은 병사들의 막사, 급수 화장실, 목욕탕 등 위생시설에 쓰라는 특별 예산으로 지은 이 별장에서 목욕하고 식사도 하고 가족들과 자기도 했을 것이다. 옛날 전화국 교환이 하던 그 수많은 코드를 가지고 참여정부 인사를 이 별장에서 구상하고 소위 코드 인사’를 진행 했으리라...

대통령이 온다고 골프장 탈의실 관리인이 청소를 여러 날 어떻게 했는지 탈의실에 쓰러져 며칠 후 사망하고(34세) 그 부인은 남편을 돌려달라고 청와대에 탄원서를 냈다고 한다.별장의 주인공은 수퍼맨인가, 원맨 쇼맨인가?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지고 있는 대통령이 ‘그 놈의 헌법이니’ 어떻게 말을 했는지 선관위에서는 두 차례의 선거법 위반을 통보했고 앞으로는 형사 고발도 고려하겠다는 뜻도 발표했다.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한 선거 관리에 힘써야 할 대통령이 유력한 대선 예비
주자들에게 공약을 비판하고 특정 정당과 예비 주자 개인을 비난해서는 ‘세계적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못된다고 생각한다.

이제 또 다른 정당 후보들의 검증이 시작되면 이 또한 분란을 일으키는 말이 쏟아질 것이다. 이러한 자기가 말한 것들이 위법인지를 가려달라고 헌법소원 심판을 개인 자격으로 신청했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정당을 당선이 되고 나서 바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내쳐 쪼개고, 지금은 그 쪼개졌던 자기 당은 콩가루 집안이 되어 뿔뿔히 흩어져 자기 갈길들을 가는 판이다.칸트의 말이다. “새는 죽을 때 슬픈 소리를 내고, 사람은 죽을 때 착한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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