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배추장사와 한국의 대통령

2007-06-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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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

작년 어느 날, 형사법원에 한 80대 노인을 비롯해서 모두 70대로 보이는 한국인 여자 노인 다섯 명이 체포되어 들어온 사건이 있었다. 혐의 사실이래야 길거리에서 면허증 없이 야채를 팔다가 체포된 것이었는데 이런 경미한 혐의 때문에 이런 노인들을 체포까지 해야 하느냐면서 담당 판사는 오히려 체포한 경찰을 비난하고 이들을 모두 경고 처분으로 풀어주고 사건은 끝났다.

이 광경을 지켜본 법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모두 경찰의 과잉 단속과 행여 인종적 편견에서 온 차별성 과잉 처분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서 경찰의 비상식적인 처사를 비난하고 몇몇 언론사에서는 이 사건을 경찰이 저지르는 민폐의 대표적인 사례로 삼아 여론 환기를 시작할 단계에 이르렀다.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경찰이 이들을 체포하게 된 부득이한 입장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이들 한국 노인들이 일이 이렇게까지 되도록 원인 제공을 한 사건임을 알게 되었다.이들은 플러싱 전철 종점 근처의 한 노상에서 이미 수년간을 불법으로 아채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동안 경찰은 수없이 많은 경고를 했고 불법 노점상 티켓을 발부해 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위의 주민들은 당연히 경찰을 비난하고 있고 일선 경찰관들은 상관으로부터 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압력을 받고 있어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 입장이 된 경찰이 부득이 이들을 체포해서 한 번 혼을 내주어야 겠다고 작심한 모양이었다.내용이 이러니 이 사건을 계기로 문제를 삼으려 했던 언론에서 조차 흐지부지하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 말에 무슨 꼴통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들처럼 남이 뭐라 하든 내 고집대로 버티는 사람들이란 뜻일 성 싶다. 그러니까 이들 노인 할머니들은 불법인 줄 뻔히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이런 일을 계속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경찰 조차 머리를 흔드는 한국판 꼴통들인 셈이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금년 안에 치러질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원광대학에서 있었던 강연과 6.10 민주항쟁 기념사 및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특정 정당 및 그 후보자를 폄하하고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공공연히 표명하는 발언을 함으로 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공직선거법상의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통고를 받았다. 노무현대통령은 이런 통고를 받고도 한국의 선거법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법이고 헌법정신에도 어긋난다고 하면서 오히려 자기의 잘못이 아니라 법의 잘못으로 우기고 있고 이런 선거법 위반이라는 결정이 오히려 헌법정신 위반이라고 단정하고 계속해서 이런 위반행위를 계속하고 있으며 일국의 행정수반
인 대통령이 헌법기관의 결정을 무시하고 법을 계속 어기고 있는 유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의 단속을 눈 깜짝하지 않고 계속 어기며 버티고 있는 플러싱의 우리 할머니들의 꼴통 고집과 한국의 대통령이 헌법기관인 선관위로부터 불법이라는 통고를 받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법을 어기는 꼴통 행동은 꼭 같은 배추장사 수준의 한국적인 꼴통의 아류로 보인다.플러싱의 할머니들은 결국에는 철창행이라는 강제수단으로 그 꼴통 고집을 꺾게 될 것이지만
한국의 대통령은 자기들이 수구 꼴통이라 이름지은 보수 세력을 꺾어 대통령이 되었는데 이제 법을 짓밟고 있는 소위 진보 꼴통의 처신도 철창행으로 마감해야 할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탄핵이라는 처분이 백번 타당한 조처이겠으나 이제 임기가 며칠 남지 않은 판국이니 결국은 선거판에서 국민들이 그 옳은 판단을 하는 길만이 남은 듯 싶다. 나라 안에서나 밖에서나 이런 꼴통이 통하는 광경을 보고 있는 외국인들이 한국인에 대한 인식으로 대통령도 배추장사 수준이라 비웃을 것이라 생각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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