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은 나에게 무엇인가?

2007-06-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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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재(내과전문의)

미국은 나에게 무엇인가?(What America means to me?)
이 질문은 채널 13(WNET-Ch. 13)에서 2001년 9월 11일 테러 이후 뉴욕 인근 500여 고등학교에서 선발된 학생들을 대상한 에세이 컨테스트의 지정 제목이었다.

1990년부터 채널 13에서 매년 실시해 온 ‘Teen Leadership Conference’의 일환으로 청소년재단의 5,000달러 상금 지원으로 처음 실시됐다.
그 이전에 청소년재단에서는 한인 청소년들의 의식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1999년도에 ‘내가 보는 미국(America as I see)’이라는 지정 제목으로 에세이 공모 후 심사를 거쳐 상금을 지불한 적이 있다. 표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내용은 같다고 보고 있다.우리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듯 2001년의 9.11 테러는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바꿨고 당시 사건을 몸소 겪은 이 나라의 청소년들은 9.11 테러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청소년재단에서는 그들이 겪은 경험과 충격을 ‘너희들은 9.11 테러 당일 어디에 있었는가?(Where were you on September 11?)’라는 지정 제목 에세이를 공모, 155페이지 에세이집을 발행했다. 그들의 생생한 체험 기록은 하나의 중요한 역사자료가 되리라 믿는다.미국은 나에게 무엇인가? 일등 한 아이의 말을 들어보자.뉴저지의 ‘웨스트 밀포드’ 고등학교에 다니던 ‘헤더(Heather)’는 이렇게 적어놓고 있다. “그 화염을 쳐다봤을 때, 그리고 그 화염 속으로 걸어보았을 때 갑자기 미국(America)이 내게
로 다가오고 그 때 미국을 보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2등한 인도 출신 ‘아미샤(Ameesha)’나 3등을 한 파나마 출신 ‘재클린(Jackeline)’은 출신국은 다르지만 테러사건으로 인해 불현듯 자신들이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미국인이라는 자각 과정을 표현만 다를 뿐 담담하게 써 두었다.

9.11 테러가 인종을 불문하고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젊은 아이들에게 그들이 살고있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다시 한 번 생각케 한 계기가 되었듯이 미국이라는 나라가 우리(나)에게는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한 번 생각해 볼만 하다.여기서 살고 있는 우리 1세들은 2세들에게 종종 뿌리를 얘기하고 정체성(正體性)을 따지는 것을 좋아하지만 왜 살던 나라를 떠나 이 나라에 살고 있는지, 1세들도 자기 정체를 한 번 돌아볼만 하지 않은가?
역사를 너무 멀리 돌아볼 필요 조차 없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우리들의 기억으로 스며들기 시작한 것은 1950년에 발발한 6.25사변이다. 57년 전이다.

수백만의 인명 피해와 1,000만의 이산가족, 그리고 초토화 된 고향과 불타버린 학교 등 전쟁이 남기고 간 상흔들을 어린 눈이었지만 곳곳에서 보았다.그 때부터 우리는 미국을 동맹이라 불렀고 혈맹(血盟)이라 불렀는가 하면 우리를 구해준 우방(友邦)으로 각인되었다.그것 뿐인가. 문을 꼭꼭 잠그고 살아왔던 우리에게 서양(미국)문화에 우리의 눈을 뜨게 하고 어슴프레 미국은 저런 나라구나 하는 인식이 우리의 뇌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영화나 소설 속에는 미국 유학이 하나의 스토리로 자리잡았고 무개차를 타고 젊음과 사랑의 자유를 구가하는 영화 장면은 차츰차츰 우리의 사고(思考)와 생활 패턴을 바꿔가고 있었다.

얼마 전 타계한 피천득 교수도 ‘잉그리드 버그만’(1915~1982)을 흠모하였다지만 나는 ‘마릴린 몬로(1926 ~1962)’나 ‘리즈 테일러(1932~ )’에 매혹당하고 있었다.57년을 맞을 6.25가 다가왔다. 231년째의 미국독립선언일도 그리 멀지 않다. 그런 현재 이곳에서 30여년을 살고 있는 나는 내게 미국은 무엇인가 묻고 있다. 그 해답을 찾아 우리의 역사를, 그리고 이 나라의 역사(美國史)를 뒤적이는 여정(Journey)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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