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즐거운 변화 과정

2007-06-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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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변화 과정
허병렬(교육가)

‘변화는 영원하다’는 말을 실감한다. 이 세상의 사물이 시시각각 모두 변하고 있다. 어떤 것은 오랜 세월이 경과한 후에야 그 동안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어떤 것들은 변화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후자를 위해 비근한 예로 전화, 텔레비전, 사진기의 옛날과 지금을 비교해 본다. 한국의 옛날에는 개인이 전화 놓기가 힘들었다. 전화가 오면 동네 집에 알려줘야 하고, 전화를 걸려면 전화가 있는 집을 찾아가야 했다. 어쩌다 전화를 걸면 웬 ‘통화중’ 사인이 그렇게 많던지, 그런데 오늘은 어떤가, 제각기 전화를 가지고 아무 데서나 언제든지 수시로 통화를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굉장한 변화이다.


텔레비전은 어떤가. 60년대 초 미국에서도 거의 흑백 텔레비전을 보았다. 때늦은 한국의 텔레비전은 한동안 화면이 흔들리고 비가 왔다. 그게 지금은 어떤가. 보고 싶은 쇼를 볼 수 있는 시간대에 보는 자유도 만끽하게 되었다. 텔레비전은 이렇듯 기능면만 변한 것이 아니고, 그 모습도 입체에서 평면으로 바뀌고 있다.사진기의 발달은 어떤가. 내가 어렸을 때만 하여도 사진은 사진관에서만 찍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카메라를 가지는 사람이 많아지자 필름을 현상하여 확대하는 일을 전문점에서 맡았었다. 그러다가 이런 일들을 아무나 할 수 있게 되자 이 직종은 사양길에 들어섰다.
이런 생활 주변의 변화는 사람의 변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 중에서 특수한 사름들의 변화는 추적 정보로 알 수 있다.

러시아의 국민 문호 솔제니친이 33년간 망명 운둔 생활 끝에 최고 국가공로상을 받았다는 기사가 주의를 끌었다. 그러나 더욱 큰 흥미를 가진 것은 미국 내서널 지오그라피 기자가 그동안 끈질기게 찾던 전의 표지에 올렸던 아프가니스탄의 소녀를 드디어 찾아낸 것이었다. 첫번 만남의 10대 소녀는 어엿한 중년 부인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가 분명한 것은 깊고 크게 반짝이는 두 눈이 여실히 말하고 있었다. 또 재미있는 것은 20년 전, 경비행기를 조종 철통 같다던 옛 소련의 방공망을 뚫고 모스크바 크렘린 옆 붉은 광장에 착륙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독일인 마티아스 루스트의 후일담이다. 그 당시 19세였던 그는 동과 서를 잇겠다는 일념으로 엄청난 일을 저질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세월이 흘러 당시의 청년 루스트는 현재 성공한 투쟁자인 동시에 거물급 포커선수로 변신하였다는 소식을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신문의 근간은 나폴레옹의 손자가 프랑스 총선에서 신통치 않은 결과를 올렸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런가 하면 징기스칸 36대 장소녀가 몽골 얘기를 소설로 썼다는 뉴스도 있다. 그녀는 ‘그동안 각종 작품들에 나타난 오해를 바로잡고 대초원을 내달렸던 몽골 영웅들의 인간적 면모와 지혜를 최대한 자세히 묘사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하였다.

역사는 과거사지만 현재 진행형이다. 일단 종지부를 찍은 것이 아니고, 현재도 숨쉬며, 미래로 이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또한 시간의 흐름은 변화를 말한다. 사람도 사물도 쉬지 않고 변화하면서 발달한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이런 즐거움을 더 많이 가지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다면 지나가는 변화 현상을 객관적으로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여기에 그 즐거움을 증진시키는 방법이 있다. 우선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말자. 둘째, 새로움을 내 것으로 만들자. 셋째, 추가로 새로움을 개발하자. 이런 과정을 통하여 새로움의 파도를 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새로움’의 방관자에서 새로움을 개발하는 역사의 참가자가 되는 것이다.
인류 역사는 큰 인물이나 큰 창작물과 함께, 작은 언행이나 마치 작은 나사못 같은 발명품의 영향으로 새롭게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적극적으로 혹은 소극적으로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고 있다. 살고 있는 사회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취사 선택하면서 새로움을 즐기는

지혜는 각자의 몫이다. 이것이 쌓이면 역사를 만드는 과정이 된다. 우리는 역사를 배경으로 하여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즐거움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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