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처세술

2007-06-20 (수)
크게 작게
김주찬(취재1부 부장대우)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연예인이 슬그머니 컴백을 하는 일이 종종 있다. 소속회사에서는 충분히 반성했다며 여론의 반응을 슬쩍 떠보고, 반응에 따라 모른 척하고 다시 활동을 재개한다.
‘그 연예인이 누구와 친하더라’, ‘그동안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더라’하는 식으로 동정 여론을 만들기도 한다. 팬클럽을 중심으로 이제 그만 용서하자는 식의 여론 몰이를 하고, 안티들은 절대 안된다고 악을 쓰는 인터넷상의 리플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언론의 평가는 그 연예인이나 소속사의 관계자가 얼마나 처세를 잘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동안 미운털이 박힌 연예인이라면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편이다.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드라마나 영화속에서 연예계의 속사정이 적나라하게 표현되기 때문에 미루어 짐작하기 쉬워졌다.


연예계만 그런 것은 아니다. 정치 역시 처세술이 중요하다.
하루아침에 자신이 만든 당을 탈당하는 정치인이 있고, 성희롱으로 물의를 빚고 나서도 멀쩡하게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공무원이 위장전입을 하면, 도덕성에 문제있다고 강하게 질타하던 사람들이 자신의 당 대통령 후보가 위장 전입을 사과하니까, 부모의 입장에서 그럴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변호한다.철새 소리를 듣던 어떤 정치인은 수차례의 당적 변경이 자신의 소신이었다며 오히려 당당하다.

처세(處世)란 세상 사람들과 교제하며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한국의 정치를 보다보면, 이같은 처세술이 얼마나 세상을 사는데 도움이 되는가를 떠올리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욕먹을 짓을 해도, 자신이 모시는(?) 보스에게 맹목적인 충성심을 보이면 살아남는 시스템 때문이다.

뉴욕 한인사회에도 비슷한 경우가 많이 있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자신의 의견은 전혀 없이 시류에 편승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수년전 한인사회를 시끄럽게 만들어놓고도 아무런 사과도 없었던 사람이 그동안 줄을 잘 잡아서 한국에서 알아주는 단체의 장이 되어보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있다.
“그 사람, 처세술이 대단해”라고 말한다면 칭찬일까, 욕일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