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아직도 6.25는 계속되고 있다

2007-06-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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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참담한 동족상쟁의 전쟁이었던 6.25! 이 전쟁은 규모 또한 세계 3대 전쟁사의 하나로 UN 연합군까지 참전할 만큼 엄청나게 큰 전쟁이었다. 이 6.25가 발발한지 어언 57년, 이제 많은 사람들은 이 전쟁이 다 끝난 줄로 알고 있겠지만 불행하게도 6.25란 이름의 한국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살다보면 어쩌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눈만 흘겨도 시비가 날 판인데, 남과 북의 사상대립은 세계에 유례없는 극한 대립이고 남과 북의 국민감정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이 극한적이다. 거기에다 북한은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핵무기 개발로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를 농락하며 위협하고 있고 걸핏하면 돈을 달라, 쌀을 달라, 비료를 달라 하면서 6자회담 또한 성의와 진실 없이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이판사판 그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국가경제 몰락 직전의 발악적인 방법으로 툭하면 핵무기를 가지고 위협하면서 생떼를 쓴다.
한국의 한 나이든 기자는 종로의 한 복판에서 지나가는 대학생을 붙잡고 6.25에 관해 물었는데 그 답이 하도 황당해 긴 한숨을 지었다고 한다. 그 젊은이의 답이 6.25 전쟁은 교과서에서 몇 줄 읽어본 정도이고 나이든 사람들로부터 듣고 남의 나라 일처럼 느꼈을 뿐이라고 아주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온하게 대답을 했기 때문이다.


전쟁을 겪었고 아직도 전쟁의 도발위협을 안고 사는 나라에서 보여주는 이런 젊은이들의 의식이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그 뿐인가. 수많은 사람들의 판문점 방문은 전쟁에 대한 긴장감으로 사회를 다시 생각하고, 국가의 가치를 다시 깨우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낱 관광 상품에 불과하다.
한국에는 지금도 장마비가 내려 산언덕이 깎아지면 지뢰가 떠내려 온다. 판문점 근처에는 수백만개의 지뢰가 아직도 땅속에 건재하다고 한다. 이 지뢰들은 젊은이들이 살던 곳을 등지고 다 떠난 동네에 그래도 남아있는 노인이나 부녀자들을 덮쳐 그들의 팔다리가 잘리거나 심하면 목숨까지도 빈번하게 빼앗긴다. 이런 상황인데도 사람들은 전쟁에 대한 감각이 없다. 판문점이 갔다 오면 잊혀지게 마련인 관광코스의 하나로서 잊혀지기를 바라는(?) 정서이다.

150마일 철책을 따라 순시하는 병사의 두려움을 서울 사람들은 과연 알고 있을까? 총소리가 들리지 않던 소련과 미국의 대립을 냉전이라고 했다. 그리고 미국은 항상 긴장했다. 총소리가 들리지 않는 한국전쟁은 종전이 아니라 휴전이다. 전쟁이 다시 일어나서는 아니 되겠지만 그러나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르는 것이 전쟁이다.
미국은 시시각각 작은 나라 한국의 남북 상태를 주시하고 있다. 필요한 사항은 즉시 즉시 국민에게 알려준다. 미국인들은 그 흔한 웃음을 얼굴에서 지우고 어찌 보면 남의 나라 먼 사정인데도 긴장하는 빛이 얼굴에 완연하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일을 마치 남의 일 보듯 하니 너무나 부끄럽다.

가정경제가 좋아지면 무얼 하나. 관광차 즐기는 해외여행이 여기 저기 유행이면 무엇하며, 조기유학을 시킨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포탄의 매연 속에서 폐허가 된 서울을 기억하라! 총탄에 목숨을 잃은 어머니의 품에 안겨 울던 어린아이, 남으로 남으로 맨발로 서두르던 피난행렬, 그리고 억울하게 산화한 젊은 장병들과 학도병, 한국산하에서 쓰러져 간 외국병사들을 기억하라! 당시 상황은 그야말로 생지옥이요, 아비규환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대인들은 전 세계에 퍼져 살며 버는 돈의 얼마를 시키지 않아도 본국으로 보낸다고 한다. 국방비의 상당부분을 이 송금액수로 충당하기 위해서다. 나라가 있어야 여권이 발급 되고 나라가 있어야 어디 가도 큰 소리를 치고 다른 나라 국민들로부터도 인정을 받는다. 5천년의 맥을 이어온 대한민국은 집시의 나라가 아니다. 엄연히 문화가 있고 자존심이 있고 뿌
리가 있는 나라다. 그러므로 이 비극적인 전쟁을 기억하고 나라를 지켜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국민이 살고 나라가 산다. 종전이 아닌 휴전, 이것이 우리가 살던 조국의 상태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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