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창조적 자본주의에 의한 불평등의 해소

2007-06-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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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칼럼니스트/뉴욕교협)

PC를 발명해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빌 게이츠는 자신이 3학년 때 중퇴한 하버드대학에서 졸업식이 열린 지난 7일, 34년만에 명예졸업장과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날 그는 졸업식장에서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로 불평등을 없애자”고 연설했다.

역설적이고 선언적인지는 모르지만 그가 제시한 화두는 ‘오늘의 시대정신’으로 추구해야 할 과제임에 분명하다.독일 철학자 헤겔은 그가 강의중인 대학교 앞을 지나가던 나폴레옹의 행진을 바라보며 당대를 이끌어 나가는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다. 그가 갈파한 대로 인류사는 세대별로 그 시대를 이끌어가는 정신이 있고, 이것을 선도하는 소수의 창조적 리더가 과연 있는 것인가? 12월 대선을 앞두고 논쟁중인 한국의 근 현대사의 모래시계를 세대별로 그 ‘시대정신’을 구분해 보자.


지금부터 20년 전,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서 오늘날 민주주의의 틀을 비로소 갖추었고 현재 4,50대 장년들이 그 항쟁의 중심에 있었다. 그 20년 전에는 선배들이 4.19혁명으로 자유당 독재를 타파했었다. 그리고 그 20여년 전에는 항일운동과 더불어 해방된 조국의 확립을 위해 헌신하고 공산권과 대결하여 치열하게 싸운 아버지 세대가 있다. 그들은 또한 군사혁명의 주도 하에 조국 근대화의 기치를 내걸었었다.그 30여년 전 할아버지 세대에는 일본제국주의 침탈에 항의하던 삼일 만세운동으로 민족 혼을 일깨웠다. 그리고 그 앞 30년 전, 증조 할아버지 때에는 부패한 왕조의 개혁을 요구하는 동학혁명이 천지를 뒤흔들었었다.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성취한 이후 오늘과 미래의 시대정신은 과연 무엇인가?이상적인 민주주의가 구현되어서 부조리를 최소화하는 공법이 확립되어 불편부당한 일을 당하는 일이 없고, 경제적 소외로 고통받는 일이 줄어서 골고루 복지혜택을 누리는 ‘자유, 평등, 평화, 행복 가득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기본권인 의식주(衣食住)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생산 없는 분배’는 불가능하다는 것은 20세기의 실패한 공산주의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그러므로 경영과 노동은 가장 중요한 우리 시대의 화두가 돼야 한다. 경영과 노동의 가치가 새로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국제경쟁의 세계에서 ‘부’를 추구하기 위해서 비즈니스를 일으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므로 경제와 더불어 경영은 오늘날의 중요한 과제이며, 개인이 땀과 정열을 바쳐 일하는 노동과 직업도 중요하다. 비즈니스가 중요한 것은 그 사업의 경영을 통해서 부를 축적하는 것과 더불어 고용을 창출해서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일하고 이익을 나누어 갖는 데 있다.

그런데 오늘날 본국의 현상은 기업과 노동의 균형, 발전과 분배의 균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각종 통계를 통해서 알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60년대 중반에 시작한 1차 5개년 계획의 연간 수출 목표가 1억달러였고, 통계에 의하면 2007년도 한국은 연간 수출 2,000억달러를 달성하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런데 청년 실업자 100만명, 대졸 실업자 50만명, 외국인 근로자 50만명, 비정규직 근로자 53%등 이러한 숫자들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혼율, 자살률의 세계 선두는 무엇을 말하는가?

누군가가 산업화와 민주화의 피땀 흘린 성과를 독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자칭 좌파’를 표방하던 노무현 정부는 허둥대다가 부동산 값만 올려놓고 별 볼일 없이 끝나고 ‘보수 우파’를 자임하는 야당은 중산층의 몰락으로 심각한 빈부의 격차가 생긴 국민들의 고통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정권 재탈환을 향한 정치공세에 날 새는 줄 모르고 있다. 좌우 이념 구호는 이미 빛바랜 포스터일 뿐이다. 본국의 정치 지도자들도 빌 게이츠에게 한 수 배워야 한다.

새로운 시대정신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선언한 바 대로 ‘창조적 자본주의 정신에 의한 불평등의 해소’이다. 과연 그도 말로만 끝날 것인가? 그와 더불어 선두에 선 ‘노블리스 오블리제(도덕적 가진 자)’ 그룹들이 좌우 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인가? 천년왕국이 보다 더 가까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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