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왜 20년 전으로 돌아가야 하나

2007-06-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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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명자(전도사)

우리나라가 어디 있어요? 하고 물어보는 작은 아이들에게 지구본을 빙글빙글 돌려서 겨우 찾아내어 반쪽의 한국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깜짝 놀란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작아요?” 하고. 지금 자라나는 한국 아이들은 우리나라가 아주 크고 파워가 있는 나라로 머리에 새겨지고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아이들은 한국이 거의 모든 세계 대회에서 항상 톱 아니면 우승권에 들어있는 것을 보고, 실제로 학교의 우등생들도(미국의 경우) 거의 한국아이들이 많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스포츠 부문에서는 물론 과학, 의학, IT산업에 있어 선두를 달리고 있고, 조선과 건설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앞서고 있으며, 심지어는 문화 분야에서도 아시아와 중동, 러시아까지도 한류를 일으키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칸느영화제 주연여우상까지 거머쥐고, 미스 유니버스 4위에도 올랐다. 아이들에게는 한국이 크고 강한 나라로 인식되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앞만 보고 최선을 다하여 달려가고 있는 한국 민족에게 정부는 항상 뒷북을 치거나 불쾌지수를 높이는 거추장스런 장신구에 불과할 때가 많았다.이번에 노대통령의 ‘취재 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이 바로 이런 정치의 후퇴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로서 노동과 언론 문제에 있어서 탄압을 받고있는 노동자와 학생들을 위해 20년 전 전두환, 노태우(대통령이라는 예우를 할 수 없음이 유감)와 맞서서 전투(?)할 때, 나는 서울 어느 큰 교회의 대학생부를 담당하는 전도사였다. 1주일에 한 번씩 캠퍼스에 가서 성경공부 시간을 담당했다.

날이면 날마다 캠퍼스에 도착했을 때마다 대학의 정원은 최루탄 연기에 휩싸여 있었고 코와 입을 막고 걸어도 눈물과 기침을 막을 길이 없었다. 그 때 당시 나는 학생들이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이건 너무 오래 싸우고 있는 것 아닌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시골에서 허리가 휘도록 일하여 부모님이 보내주는 학비도 내던지고 많은 시간을 정부와 싸우고 있는가? 하고 좀 짜증스럽게 생각했었다.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나 그 일어난 일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면 학생들이 그렇게 자신들의 일을 내어던지고 노동, 언론, 인권을 위하여 투쟁한 댓가로 우리나라의 노사문제, 언론탄압 문제, 인권문제가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고 경제도 본궤도에 올라 안정과 성장을 얻기 시작했으며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요즈음에 본 영화 ‘오래된 정원’에서 학생운동에 참여하여 자기 인생의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주인공 남자가 다 큰 딸 앞에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데 “그 때에는 남보다 잘 사는 것이 좀 미안한 생각이 드는 때였거던...” 했다. 나보다 어려운 입장에 있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연민과 겸손의 마음으로 불의에 대항하여 목숨을 버리도록 투쟁했던 한국의 아름다운 386세대... 그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가 그 아름다움을 버리고 언론 제한 내지 언론 탄압에 들어가 거꾸로 전두환 시대로 돌아가려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얼마나 후퇴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일까?성경 말씀에 “개가 토한 것을 다시 주워 먹음과 같다”는 말씀이 있다. 어쩐지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일은 그렇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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