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식 위해 이민왔다는 아버지들

2007-06-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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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옥(전 역사교사)

나폴레옹은 그의 모자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제국을 얻을 수 있는 불굴의 사나이였으나 세 명이 달린 가정 하나 지키지 못한 나약한 아버지이기도 했다. 현명치 못한 판단에 의한 첫번째 결혼의 종말은 자신의 황제 자리를 지키기 위한 정략결혼으로 이어졌고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짓지 못하는 합스버그 왕가의 연약한 여인은 아내가 되어 나폴레옹에게 소중한 아들 하나를 낳아주었다.

로마 왕으로 봉해진 꼬마 왕은 황제 아버지에 어머니는 황녀이고 외할아버지 또한 유럽중심국 오스트리아의 황제이니 그의 미래는 약속되어 있는 듯 했다.아들을 끔찍히 사랑한 나폴레옹은 튈르리궁에서 작전을 세우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도 많은 시간을 아들과 함께 보냈으며 그의 서재는 곧 아들의 놀이터였다. 그러나 라이프치히에서 아버지의 패전은 어린 왕에게도 불행이 찾아와 세 살에 아버지와 떨어져 살게 되고 어머니로부터도
버림받은 몸이 되었으나 외할아버지의 보호는 기대할 수도 없었다.


틴에이저 나이에 외롭게 죽은 그의 비극은 전쟁을 좋아했던 아버지의 책임이 크지만 변덕스런 어머니의 연약함도 함께 했다.아버지날에 즈음해서 이민가정의 가장 아버지는 무엇을 생각하며 지샐까. 가족의 안위를 위해
생계 방편이나 언어능력 등 이민생활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식구들의 의사를 뒤로 한 채 데려 와서는 이민 이유를 ‘애들의 장래’를 위해서라는 아버지들을 본다. 이들은 제한 없는 무한경쟁의 미국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시간을 돈 버는 일에 매달린다.

경제활동을 위한 지나친 의욕은 위안받아야 할 애들이 도리어 정신적 고통을 갖는 원인이 된다.주 6일에 70시간 이상 일하며 쉬는 하루 교회를 찾는 아버지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거나 이웃과 사회,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아 살아가는 정보를 얻거나 하는 일들을 빼고는 이런 안이한 아버지의 삶이 이민 목적에 얼마나 접근시킬 수 있을까.
스스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일은 포기할 수 없는 아버지의 역할이다. 가난을 비관하면서도 총 살 돈이 있어 그것으로 살인을 일삼는 자식은 태만한 아버지의 무능의 결과이다.

장래를 위해 자식들이 걸어가야 할 숨겨있는 샛길을 찾아나는데 아버지보다 더 현명한 존재가 있을까? 이는 아버지가 자식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사회생활에 적응시켜 성공의 길을 걷게 하는 최선의 교사임을 뜻한다.신앙을 갖게하되 목사나 교회가 우리를 위해 있는 것이지 우리가 그들을 위해 있는 존재가 아님을 인식시키고 불량배에 매맞는 자식을 보고 분개하기 보다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려운 모험의 길을 걸어보게 하고 어린 한 때의 삶의 어려움의 경험은 성공을 약속해 주는 인생 교사임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성공한 자식을 가진 아버지에게는 아버지날이 그들로부터 대접을 받는 즐거운 날이지만 다른 아버지에게는 어떤 준비를 더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그들과 더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갖기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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