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알파 걸’의 시대

2007-06-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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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요즘에 ‘알파 걸(alpha girl)’ ‘알파 우먼(alpha waman)’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생겼다. 이러한 신조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질 뿐 아니라 취직하기도 힘들다. 시사용어는 일반상식으로 취직시험에 꼭 나오기 때문이다. 또 이런 새로 생긴 시사용어들은 한 시대에 일면
을 상징하기도 한다. 알파라는 말은 그리스의 α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파 걸이란 뛰어난 실력의 여성을 말한다.

요즘의 현상은 다방면에서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성을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요사이 미국교육계의 커다란 변화는 여학생들의 평균성적이 남학생들을 앞지르고 있고 상위그룹은 여학생들이 독점하는 현상이다. 중등교육 과정뿐만 아니라 대학과정에서도 마
찬가지라서 교육계는 우려 아닌 우려를 하고 있다는데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현대사를 보아도 필리핀에서 아키노란 여자가 부정부패에 찌든 마르코스 대통령 정권을 무너뜨리고 대통령이 되어 신선한 얼굴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영국의 대처수상이 모든 권력을 쥐고 영국을 이끌더니, 그 후 미국의 국무장관을 비롯, 여러 나라에서 대통령에 출마하는 여인들, 경제계를 움직이는 여인들, 문화와 스포츠, 예술계를 주름잡는 여인 들, 여권의 신장이 아니라 여권의 통치하로 세계가 들어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한명숙 여사가 총리로서 나라의 살림살이를 통치하더니 이번엔 박근혜씨가 대통령에 출마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미국에도 힐러리 클린턴 여사가 대통령의 자리를 바라보며 열심히 뛰고 있다. 세계역사상 벌써 오래 전에 여성이 통치자가 된 나라는 한국이다. 신라시대의 진덕여왕이라든가, 선덕여왕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보다도 1천 여 년 전에 이미 한국에서 있었던 나라의 통치권자다.

“세계는 남자들이 통치하지만 남자들을 지배하는 사람은 여인이다”천하를 지배하는 남자 대통령이나 근엄한 남자 총리, 국회의장이나 심지어는 무술의 기술이 발달한 태권도 사범 등, 이들의 주먹을 지배하는 여인들,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이든 세상은 이제 여인들의 지배 하에서
움직여지고 있다. 그 여파로 남성들의 위치가 점점 흔들리고 어디서든 간에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이것은 국가의 통치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심지어는 가정에서도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남성들의 끈
임없는 싸움과 쟁탈, 소유욕과는 달리 여성이 지닌 본연의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과 온건함, 그리고 섬세함과 끈기, 정직함과 성실함이 가져온 결과가 아닐 런지…

특히 한국여성들이 최근 세계를 떠들썩하게 할 만큼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나 각 기업이나 관공서, 은행, 학계 및 비즈니스에서도 괄목할 만한 실적을 보이고 뛰어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유교사상에 의해 그동안 눌려있던 창의성과 여성 특유의 기질과 품성이 되살아나면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서비스업의 급격한 변화로 노동집약적인 업무보다도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범위가 넓어지면서 남성들의 자리가 없어지고 여성들의 자리가 늘어나는 것도 하나의 커다란 원인이다.
이런 저런 여파로 가정에서 조차 흔들리는 남성들의 권위와 위치는 앞으로 남성들이 가진 기능과 역할을 최대한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특히 이민가정의 한인 남성들의 경우 체면이나 권위, 위엄을 지키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남편보다 더 돈을 많이 버는 능력 있는 아내, 사회나 직장에서 더 잘 나가는 아내와 함께 살다보면 솔직히 집안의 가장으로서 입장이 말이 아닐 때가 있을 것이다.
변화되는 이 현실을 그렇다고 해서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시대가 남녀평등시대로 바뀌어가고 있음은 엄연한 현실이다. 여성들도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사회에 진출할 수 있고 직장에서도 얼마든지 승진할 수 있고 비즈니스에서도 잘만 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이제는 옛날의 남성들의 큰 소리 속에서 숨죽여 살고 기도 못 피던 여성들이 아니다. 남성들과 동등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가정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고 나라를 변화시키는 당당한 한 인간이다. 변화된 이 흐름을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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