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운하가 웬 말인가

2007-06-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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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 권(뉴저지)

최근 한국의 모 대통령 희망자가 한반도에 운하를 건설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통령이 되어보고자 하는 모양인데 참으로 가관이다.운하란 본래 작게는 농사를 짓기 위해 강물을 끌어들인다던가, 유럽과 같이 저지대 평야가 많은 곳에 수로로 쓰기 위해 발달되었고 크게는 파나마 운하나 수에즈 운하처럼 큰 대양을 가로막는 대륙의 협소하고 낮은 지반의 협곡이 있을 때 이를 깎아내고 물을 집어넣어 큰 배를 통과시키는 시설이다.이들 운하가 없었다면 동서양을 운항하는 그 큰 배들이 남미 혹은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 수천마일을 더 운행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한반도는 지형의 약 3분의 2가 산악지방인데다 3면이 바다인 이 땅에 어떻게, 무슨 운하를 건설하겠다는 것인지? 나는 처음에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삼천궁녀는 아니더라도 유람선을 띄워놓고 뱃놀이를 하려는가 했는데 그게 아니고 보도에 의하면 화물 운송용이란다.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여 어떻게 화물을 운반하며 또 경부운하란 무엇인지?
현재 한강은 팔당 댐을 위시해서 수많은 교량과 특히 잠수교가 자리하고 있어서 유람선은 고사하고 돛단배 하나 제대로 오르내릴 수 없는 형편이다. 본래 토목, 건축공사라는 것이 한번 설치하면 철거하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닌데 우리나라 건설업자들은 재건축이다, 재개발이다 하
여 지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파트들을 평수를 늘려준다는 미끼로 마구 허물고 고층 아파트로 다시 짓는 일들이 허다했다.


다행히도 최근에 청계천은 고가도로 및 복개공사를 뜯어내고 자연 본래의 모습으로 원상복귀 시켰다지만, 경부간은 수많은 도로, 교량, 철도들은 차치하고라도 그 길이가 직선거리로 약 400km(파나마운하 약 77km) 그 높은 산들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그러나 운하라는 것은 고가도로, 고속도로, 고속철도 및 고층빌딩 등의 그 어떠한 시설물과도 달라 한번 시공해 놓으면 완공을 하던 못하던 철거할 수도 없고 그야말로 한반도 심장에 대못을 박아놓고 빼지도 박지도 못하는 격이 될 것이다.

미국의 포드 자동차회사에서 오랫동안 사장 생활을 하다가 회장과의 불화로 물러난 후 그 당시 파산 직전에 있던 크라이슬러 자동차회사를 살려낸 자동차 업계의 신화적인 존재 리 아이아코카가 얼마 전 모 TV에 나와 인터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그는 한때 아버지 부시(George H.W. Bush)보다 정책적으로도 인기가 더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일찌기 정치가와 기업가는 다르다는 것을 간파하고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것을 포기했
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 현대그룹 정주영씨가 대통령에 출마했다가 참패하고 말았다. 나는 현대건설에서 근무해 보지는 않았지만 정주영씨, 그는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신화적인 존재이며 현대그룹의 제 1인자요, 거기에는 제 2인자도 제 3인자도 없었다. 있다면 그들은 근로자들이다. 그러한 그도 대통령이 못 되었다.무슨 인연으로 현대건설 사장을 그렇게 오래 하며 기업자를 배부르게 하고 돈 버는데에는 귀재인지 모르되 대통령 자리를 그렇게 해서 차지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대통령이 되고 안 되고는 국민이 선택할 일이고 국민을 현혹시키는 사탕발림식 선거공약도 좋지만 선박용 운하, 그것 만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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