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 UN총장에게 기대한다

2007-06-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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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원(국악인)

유엔대표부에서 있었던 태권도 그랜드 마스터인 준 리 강연,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50주년 기념만찬에 이어 세번째 서울대 동창회에서 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농담과 유모어로 가득한 분이었다. 반총장은 서울대 동창회 모임에서 관악대상을 수여받았다.

그 중차대한 책임을 맡은 수장에게 거는 우리의 기대는 자못 커서 우리나라 문제를 먼저 해결해 주리란 바램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 192개 회원국의 대표로서 세계의 문제를 보는 시각은 우리 일보다 더 화급한 문제들이 쌓여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서운해 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수단의 Darfur는 석유 매장량이 큰 자원보고이지만 석유 이권을 노리는 강대국을 업은 이슬람 정권과 토착민의 동족상잔으로 20만 이상이 죽고 100만명 이상이 삶의 터전을 잃은채 질병과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레바논은 15년간의 동족상잔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일으켜 세우려던 라휙 하리리 수상이 2005년 포탄으로 희생된 뒤 그의 암살자에 대한 국제적 규명을 외치는 폭력이 심각한 상태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이라크, 이란 문제 등 국가간의 이익과 인종, 종교문제, 오랜 역사 동안의 갈등과 증오 등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해하기도 힘든, 해결하기 힘들고 화급한 일들이 산적해 있다.

두번째 일은 규모가 크고 비효율적이고 고질병인 부패로 썩어있다는 평을 듣는 유엔기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1978년 유엔 아동의 해 문화예술 워크샵에 한국대표로 참가하여 8개월 동안 세계 18개국 예술 대표들과 생활하며 문화교류와 행사를 함께 한 적이 있는데 그들의 문화와 생각 등이 그들의 얼굴 생김같이 너무나 멀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생각해 보라. 192개국의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이 다른 사람들이 자국의 이해관계로 팽팽하게 당기고만 있다는 사실을… 반총장이 당선되었을 때 당시 미국의 언론들은 그의 겸손하고 점잖은 태도에 지도력의 의구심을 가졌었다. 그러나 상대방을 배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며 오랜 외교의 경험 등이 조화를 이뤄 성공적인 인화를 만들고 있다고 언론은 호평하고 있다. 특히 가장 위험하고 힘든 지역에 몸소 방문하여 그들의 문제를 직접 경험하는 등 근면하고 적극적인 그의 지도력에 경의를 보내고 있다.

세번째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어 임기중 숨쉬기 좋은 지구가 될 것이라 믿는다.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한반도의 비핵화 문제와 평화정책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6자회담이 느리고 문제도 있지만 그런대로 성과가 있고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게 유엔의 판단이다.
그가 유엔사무총장으로 당선된 후 어떤 사람은 자기가 힘을 써서 당선되었다고 큰소리를 치고 다닌단다.

유엔사무총장은 그의 경력과 경험, 유엔과의 관계, 우리나라의 위상, 외교적 역량, 그리고 각국의 이해관계, 국운과 천운이 다른 것이지 한 개인이 힘을 써서 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빛낸 그 분을 위해 근사한 기념비나 동상을 만들어 세우고 싶고 그것이 그 분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것은 훗날에 해도 늦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4년에 8년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평화롭고 기아와 질병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로울 때 우리는 그 분의 위대함을 칭송해도 늦지 않으리라.

나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지만 우리와 멀고 별로 특별한 이해관계도 없는 이 나라들의 문제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 우리 유엔사무총장이 세계문제를 관장하는, 그리고 경제와 민주화를 성공시킨 지도국이 되었다. 지도국의 국민답게 우리는 이들 문제를 알아야 하고 도울 수 있는 일은 돕는 일에 나서는 책임도 맡게 되었다. 남을 돕는 일을 ‘퍼주었다’는 졸부 생각은 우리 위상에 걸맞지 않는 낡은 옷이다. 지도국 국민으로 자라나는 것, 그것이 그 분을 돕는 일이고, 동상을 세우는 일보다 더 값진 일이다.관악대상을 받은 그 분에게 노벨평화상을 기대한다면 나만의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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