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위성미가 살아남는 법

2007-06-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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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부장대우)

섬에서 자라 골프를 잘 친다는 것.지난 주말 PGA 메모리얼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최경주와 LPGA 긴 트리뷰트 대회에서 기권하며 구설수에 오른 위성미(미셀 위)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두 골퍼의 공통점은 여
기서 끝난다.

PGA 메모리얼 대회는 골프 역사상 가장 우수한 선수로 꼽히는 잭 니클러스가 대회를 주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기복이 없는 침착하고 성실한 플레이로 이 대회의 우승을 일궈낸 최경주는 마지막 홀을 마친 뒤 니클러스와 포옹하며 자신의 골프인생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감격을 맛볼 수 있었다. 완도에서 태어난 최경주는 지난 1999년 PGA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해 한국 남자로는 처음으로 PGA에 진출했다. 그러나 그는 상금랭킹 134위라는 실망스런 성적으로 첫해를 마감해 투어출전 자격을 상실했다.


여기서 최경주는 아시안투어나 유럽투어를 통해 PGA투어에 뒷문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는 쉬운 길 대신 힘들지만 당당한 길을 택했다. 다음해 또다시 퀄리파잉 스쿨에 등록, 정상적으로 PGA 출전자격을 따내며 오늘날 PGA의 톱 10 선수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에 반해 ‘하와이 소녀’ 위성미는 프로대회에서 1승도 채 올리기 전에 나이키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아 수천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았다. LPGA에서 단 한 번도 우승 못한 새파란 신인이 여자들하고 치는 것은 마치 시시하다는 듯, 남자대회에 계속 출전하다가 컷오프도 통과 못하는 망신을 당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LPGA 역사상 가장 우수한 선수로 통하는 애니카 소렌스탐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라운딩도중 손목부상을 핑계로 기권해버렸다. 대회 기권 후 이틀 뒤에 다음대회 개최지에서 연습하는 장면이 목격된 위성미에 대해 소렌스탐은 “주최측이나 스폰서에 대한 존경심(respect)이 없고 수준 낮은(lack class) 행위라고 꼬집었다.

최경주는 대선배인 니클러스로부터 포옹을 받았지만 위성미는 대선배인 소렌스탐으로부터 존경심과 책임감이 없다는 질책을 들어야했다.스포츠계에서 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분야에서 실력과 인간미를 겸비한 사람들이면 대부분 성공한다. 가능성만 인정받았지 실력을 제대로 검증받지 않은 위성미가 버릇없는 청소년으로까지 전락하고 있다. 위성미가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고개를 숙이고 소렌스탐과 팬들에게 사과하는 것이다.

한인가정에서 자란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선배들과 어른을 존경하는 유교사상의 가정교육을 받았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기자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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