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새로운 패러다임

2007-06-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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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취재1부 기자)

“한국의 젊은이들은 왜 주한미군 철수를, 반미를 외치는 것인가?”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본 기자가 외신 기자 및 일반 외국인들을 만날 때마다 심심치 않게 듣는 질문이다.

미국 내 대다수의 시민들은 한국 내 일부 젊은이들의 반미 사상에 적지 않은 우려를 갖고 있으며 실제로 미군 철수 및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지난 3일 퀸즈 도서관에서 열린 주 UN 한국 대표부 최영진 대사 초청 강연회에서도 이와 같은 질문이 여지없이 이어졌다.
이날 강연회에서 최 대사는 이와 같은 문제 발생의 원인을 신·구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현재 국제 사회는 패러다임이 전쟁에서 무역으로 변하고 있는 시기로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와 같은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채 독립, 자주국방 등의 구 패러다임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과거 국제 사회의 패러다임이 전쟁이었던 시기는 국가의 독립과 자주 국방이 큰 의미가 있었다. 실제로 강대국들은 군대를 통해 다른 국가를 정복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인 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교통·통신의 발달로 더 이상 강대국들의 무자비한 약탈이 숨겨질 수 없어 전쟁을 통한 이득이 사리지고 있는 것이다.이에 따라 과거 천연자원 확보와 값싼 노동력 확보를 위해 강대국들의 침탈이 끊이지 않았던 아프리카의 경우 더 이상 이득이 없다는 강대국들의 외면으로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싱가포르의 경우도 세계에서 괄목한 만한 경제적 위치를 확보한 뒤 눈에 보이는 군대가 아닌 경제의 군대로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쟁에서 무역으로 패러다임이 변한 현재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바로 경제력 확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의 독립보다는 각 국가와의 상호의존을 통한 경제적인 부흥을 이끌어 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미국이라는 나라는 우리가 세계에서 독보적인 경제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함께 해야 하는 나라다.이는 미국을 위한 것도 아니고 우리 대한민국이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살아남기 위함이다.국가 이익에 따라 전 세계가 남·북으로, 즉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으로 갈라져 팽팽하고 맞서고 있는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구 패러다임을 버려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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