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Check Enclosed

2007-06-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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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업(필라델피아)

어느 날 하버드대학 신문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리고 스스로 대답했다. “그것은 바로 체크 엔클로즈드(check enclosed)입니다” 도로시 파커라는 소설가가 쓴 칼럼에 있는 말이라고 한다.

돈이라는 게 그렇다. 재벌이든 노동자든 돈은 누구에게나 귀하고 아깝다. 그 귀중한 것이 들어있는 것을 받는 사람의 마음은 분명 기뻐할 것이며 또한 돈보다 더 귀한 마음, 그 인정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우리가 매월 그렇게도 지겹게 내는 각종 payment check는 아닐 것이다. 그것은 부모가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식에게 용돈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면 어떤 위급한 사람이 도움을 청하는 경우 보내게 되는 기부금이나 선행에 동참하기 위하여 보내지는 경우, 또는 어떤
특별한 목적을 위하여 모금을 할 때 보내지는 작으나마 정성이 들어있는 것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재벌이 저지른 큰 사건이 터질 때면 한국은 의례 돈을 정부에 얼마를 내놓겠다는 것이라던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던가 하는 협상용 수표가 들어있는 것을 두고 하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현대 자본주의와 극도의 개인주의의 상징인 미국사회 전역에는 참으로 다양한 기부 문화가 발
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시민이 공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면서 다양한 자선문화를 일상적으로 널리 퍼뜨리고 있다.

어느 지역에서는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기금을 적립해 가는 재단이 있는데 그 모은 돈을 쓰는데 주력하기 보다는 차곡차곡 모아가는데다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한다.기금을 쓰지 않고 쌓아간다는 것은 내일, 다음 세대를 예비하는 마음을 쌓아가는 것이다. 지금 당장,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전에 만나지 못할 미래 세대를 위해 준비해 가는 그들
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캠프에 보내주기 기금’은 경제적인 문제로 캠프에 참가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혹시 새겨질지도 모를 작은 상처를 감싸주기 위해 생겼다고 한다.모두가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는 바로 그런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우리가 넉넉하고 행복하다 해도 단 한 집 아이가 가난과 소외로 절망하면서 사회에 대하여 적개심을 가진다면 우리 모두가 나몰라라 하고 과연 이 땅에서 행복해질 수가 있겠는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지극히 당연하고도 즐거운 의무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시
스템의 문제 또한 중요한 것이다. 이미 그들에게는 기부는 자연스런 삶의 한 형태인 것이다.하버드대학 중앙 도서관의 와이드너 도서관은 타이타닉 침몰로 대학생인 자식을 잃은 어머니가 지어 헌납한 것이고 그 안에 가득히 꽂혀있는 대부분의 책에는 누가 누가 기부한 돈으로 구입했다는 도장이 찍혀있다고 한다.

마더 테레사는 이러한 예를 말했다. 어린이들이 다른 아이에게 한 조각의 케이크를 주기 위하여 극기하는 어린이가 있고, 이웃에게 매일 한 컵의 우유를 주기 위해 자기가 마실 것을 희생하는 덴마크의 어린이도 있다. 독일 어린이들 역시 자신의 몫을 희생하여 가난한 아이에게 보낸다고 한다.
나눈다고 하면 돈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것도 여유있는 돈. 그러나 실상을 알고 보면 돈이 남아 여유있는 돈으로 다른 사람과 나눈 사람은 별로 없다고 밝힌다. 빛바랜 일상의 사소하고 성가신 모든 일들이 어쩌면 성화의 연료로 하여 따뜻한 애정의 불을 지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 크고 작은 사랑의 실천 등은 우리가 드러내지 않으려고 해도 늘 잘 닦인 유리처럼 눈부신 빛은 우리 주위에 반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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