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산과 민족 개조론

2007-05-3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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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춘(무역업)

도산의 전기를 읽은지 반세기가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대목이 있다. 그가 가슴 아픈 장면을 목격하고 기술한 회고록 중 한 부분이다. 그 때 샌프란시스코에는 중국 관동지방에서 이주해 온 화교들에게 인삼을 팔던 한인 상인들이 어느날 큰 길거리에서 장사구역 때문에 상투를 휘어잡고 싸우는 인삼장사들을 보고 자신의 공부보다 동포들에게 직업을 알선하면서 깨끗한 생활을 하도록 가르치는 일이 더 급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친목회를 조직하였다.

안창호 선생이 1902년 샌프란시스코에 상륙하여 시작한 운동은 한인동포들의 그릇된 습성을 바로 잡아 백인사회에 비치는 추한 한인들의 인상을 바로 잡자는 민족애에서였을 것이다.긴 담뱃대를 물고 길거리에 나가지 않기, 속옷 바람으로 거리에 나서지 않기, 언제나 깨끗한 흰 셔츠 입기 등 현대 미주 사회생활에 손가락질 받지 않을 기본적 상식을 미국의 생활에 실천하여야 문명생활을 하는 일이고 독립을 향유할 수 있는 국민의 조건이라는 그의 사상이었다. 또 그는 동포들의 가정을 방문하여 커튼 달아주는 일도 손수 시범을 보였다는 그의 행적이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다.

한인회장 선거도 투표 절차에 명백한 하자가 있을 때는 바로 잡아야 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되면 법의 심판을 요구해야 하지만 한걸음 뒤로 물러서 생각하면 순리로 웃으며 해결할 일을 순간적인 감정으로 세인의 비웃음을 사기도 하고 본인의 인격에 스스로 먹칠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며 대다수 동포들의 외면 속에 몇몇 사람들의 끼리끼리 잔치로 유야무야 임기는 끝난다.머나먼 이국땅 대로에서 상투를 휘어잡고 싸우다가 구경하는 백인들의 웃음거리를 만들어 준 그 때 그 시절의 동포들이나 회장 감투를 휘어잡고 미국 법에 제소하여 타민족으로부터 대접받을 만한 일을 못하는 추태는 오늘날 미주에 사는 동포들의 의식 수준이 한 세기가 훨씬 지난 백년 전이나 별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이 역시 실속도 없는 감투를 놓고 으르렁대는 미주동포들의 현대판 상투잡이 싸움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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