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리듬

2007-05-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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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길(수필가)

아침에 일어나 나갈데 없이 하루종일 방안에서 뒹굴면 밥맛도 없고 몸과 마음이 짓눌린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런 생활이 일주일, 한달이 계속된다면 없는 병도 생겨날 것이다. 우리 신체는 생활의 리듬을 잘 지켜야 건강도 유지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가벼운 체조로 몸을 풀고 시리얼과 여러가지 넛(nut)을 함께한 우유로 아침식사를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하여 동료들과 화합과 협력으로 일을 하고 저녁에는 산책이나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저녁식사는 너무 과식하지 말고 밤 늦도록 텔레비전이나 드라마를 보지 않고 잠자리에 든다면 다음날은 훨씬 가벼운 기분으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밤 늦도록 정신이 혼미해질 때까지 술을 마시거나 밤새워 도박을 하거나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일을 하거나 다이어트 한다고 끼니를 자주 거르면 신체의 리듬을 깨는 것이고 건강의 노랑 경고신호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뉴욕의 지난 겨울은 추워야 할 12월과 1월은 봄날처럼 따뜻하여 꽃을 피우는 이변을 일으키더니 2월은 눈이 내리고 꽁꽁 얼어붙는 날씨가 계속되었다. 5월이 되어 꽃이 피고 나뭇잎들이 초록이 짙어가도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분다. 어느 지역은 폭설이 내려 교통이 마비되고 어느 지역은 홍수로 피해가 극심하다고 한다. 지구촌 전체가 리듬이 깨져버린 기후 탓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봄은 새싹이 돋고 꽃이 피며 여름은 모든 생물을 성장시키고, 가을은 결실을 맺게 하며 겨울은 휴면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계를 가진 자연계의 리듬이다. 인간들이 대기를 오염시키고 환경을 파괴하여 자연계의 리듬을 흐트러 놓았고 그것은 고스란히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땅에서 자라는 야채나 바다의 물고기를 마음놓고 먹을 수 없다는 것은 인간들에게 주어진 경고일 지도 모른다.
바닷가의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는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 바람이 불면 구름이 몰려오고 구름이 쌓이면 비가 내린다. 찬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면 거의 모든 생물들은 활동을 멈추고 휴식을 취한다. 이렇듯 자연계의 모든 것은 리듬에 따라 움직이는데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은 점점 리듬을 잃어가고 있다.도처에서 전쟁은 끊이지 않고, 살인과 사고로 우리의 생활주변은 얼룩져 있고 절대 권력은 많은 민중을 핍박하고, 부유한 자들이 독점으로 더욱 부를 축적하고 많은 빈민들이 생활의 터전을 잃고 굶주림에 허덕이고, 대부분의 종교는 집단 이익에 몰두하여 그 명분을 잃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구의 온난화에 의한 기후의 변화이다.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이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쏟아내는 이산화탄소는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온실개스를 증가시키고 그로 인한 지구 온도의 상승은 남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려 해수면이 상승하고 혹한과 폭염, 가뭄과 홍수같은 이변이 속출할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 작가 베르 베르가 쓴 ‘개미’라는 소설 속에 인간과 개미가 대화를 하는 대목이 퍽 인상적이다. “우리들 개미에게는 암이라는 병이 없다. 너희들 인간들은 리듬이 깨진 생활을 습관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러한 불치의 병에 자주 걸린다”리듬 있는 생활을 한다는 것은 자연의 순리대로 좋은 습관을 길들여 사는 것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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